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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Sep 30. 2022

<KBS드라마스페셜 2022>가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브런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래.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능력도 시간도 그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는 새까만 밤, 가장 가까운 여의도 한자락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어제 오후에 CGV 설국열차 1등 칸에 탑승 중인 임원들이 KBS 별관을 찾아왔다. KBS와 “K콘텐츠 활성화 및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제휴”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서였다. 업무협약식이야 리더들끼리 악수하고, 종이에 사인하고, 사진 한 장 찍으면 그만이지만, 그 업무협약식을 준비하는 기간은 꽤 길었고,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 귀찮은 일을 어떻게든 해내려 했던 이유는 적어도 나와 드라마스페셜팀의 맥락에서는 오직 하나다. 올 10월, 11월에 개봉할 <귀못>과 <유포자들> 때문이다. <귀못>과 <유포자>는 올해 <드라마스페셜 2022 – TV시네마>로 준비 중인 작품이다. 


언젠가 꼭 길게 다루고 싶은 이야기. <KBS 드라마스페셜>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상파 유일의 정규 편성 단막극이다. 신인 작가, 연출자, 그리고 연기자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멋지지 않은가? 그렇다! 이건 정말 멋진 프로그램이다. 누군가에게 ‘저희 제작비 좀 지원해주세요’, 피칭할 때는 K콘텐츠의 허브!, 한류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산업의 R&D 기지! KBS가 선보일 수 있는 차별화된 드라마 섹터 등등 온갖 미사여구를 쓰지만, 이게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낯간지러우니깐 그런 포장 다 빼고 담백하게 말하더라도, <드라마스페셜>은 소중하고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쓰고 만들어보겠다는 어떤 청춘들의 꿈, 그 피땀눈물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매년 KBS는 단막 극본공모를 한다. 올해도 지금 2차 심사 중인데, 이 극본공모에 몰리는 작품 수가 매년 3,000편이 넘는다. 여기서 최종 당선작 수는 8편 내외. 그렇게 당선된 작가들은 매달 한편씩 새로운 이야기들을 선보이며 입봉을 꿈꾸고, <드라마스페셜>은 이들의 피땀눈물이 방송을 통해 처음 방영되는 보물 같은 플랫폼이다. 어디 작가뿐일까? 신인 연출자와 신인 배우들에게도 <드라마스페셜>은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들어가는 기회의 문이다. “야! 새로운 얼굴 좀 찾아봐!” 드라마시장에서 뉴페이스를 찾을 때 <드라마스페셜>은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고, 실제 드라마바닥에서 방귀 좀 뀐다는 연출자, 작가의 필모를 역추적하면 그 맨 처음에 <드라마스페셜>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귀못>과 <유포자>는 금년 KBS가 선보일 <드라마스페셜 2022> 10편 중 2편인데, 다른 8편이 TV단막극의 전통을 이으며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면, 이 두 작품은 TV시네마로 극장 상영을 목표로 둔다. 왜 이런 짓을 하냐구? OTT다 뭐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드라마스페셜> 역시 나름 그 저변을 확장하기 위한 몸부림 정도로 보면 되겠다. 공식적으로는 이걸 <드라마스페셜>의 멀티플랫폼 전략(극장-OTT-TV)이라 부르는데, 난 멀티플랫폼이라는 말이 영 입에 붙지 않아 그냥 저변 확대라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니깐 어제 있었던 CGV와 업무협약은 <TV시네마> 2편 <귀못(10월 19일 개봉)>과 <유포자들(11월 개봉 예정)>을 CGV영화관을 통해 단독 개봉한다는 협약이었다. TV시네마 두 작품은 말 그대로 TV와 시네마의 만남이요, 드라마와 영화의 교차로 사이에서 만들어진 작품인데, 어설픈 짬짜면 아니다. “무늬만 영화” 아니다. “독립영화” 아니다. “드라마의 극장판” 아니다. KBS와 웨이브가 꽤 많은 리소스와 제작비를 투자했고, 전문 콘텐츠 제작사 아센디오가 붙었고, 영화판과 드라마판의 젊은 열정과 베테랑 스텝들이 달려들어 1년간 좌충우돌한 영화 프로젝트다. 영화판에서 온 베테랑 스텝들은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영화 2편을 만들어내는 K드라마 세계의 속도에 놀랐고, K드라마판에서 잔뼈가 굵은 스텝들은 영화판의 쫀득함에 놀랐다. 그리고 영화도 드라마도 잘 모르는 나는 매일매일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놀라움과 놀라움이 만나 만들어진 <귀못>과 <유포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까?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빨간머리 앤).”


<KBS 드라마스페셜 - TV시네마> 1번 타자 <귀못> 개봉까지 D-20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거다. 그게 무엇일지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 자체로 멋진 것 같다.

굿나잇...  아래 사진은 오늘 공개된 현장 스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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