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날의 목공방

목공방에 들어선 첫 날의 기억

by 진주

크리스마스 이브날, 연남동에 위치한 목공방으로 향했다. 지도를 따라가니 한눈에 봐도 목공방처럼 생긴 외관이 보였다. 차가운 회색 시멘트 건물 사이에서 홀로 따스한 원목의 색을 품고 있었다. 목재로 만든 몰딩도어 유리창 너머로 온갖 기계들과 넓은 원목 작업대가 보였다.


널따란 작업대를 보며 그곳에서 목공을 하고 있을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늘이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지. 무더운 여름날부터 수강 대기를 했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에서야 차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기를 하는 동안 목공방 공식 인스타그램을 수차례 드나들었다.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들에 감탄을 하고 나는 어떤 목재로 만들지 고민해 보고 어떤 작품을 만들지 상상해 보며 기다림을 달랬다. 이렇게 상상만 하던 일이 비로소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니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날인 것은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첫 목공수업이 특별하게 기억되는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공방 앞에 도착하여 쇠걸쇠가 달려있는 나무문의 손잡이를 조심스레 잡아당겼다. 문을 열자 훅 하고 묵직하며 다스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어딘가에 벽난로가 있나 싶을 정도로 온풍이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매서운 겨울의 칼바람으로 얼얼했던 볼이 따듯한 기운에 찌르르하며 떨렸다. 나무문 하나를 사이로 이토록 다른 세상이 있다니. 마치 고요한 산속의 산장에 들어온 것처럼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무료하기만 했던 일상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움이었다. 재미난 일을 찾은 어린아이 같이 두 눈을 반짝이며 목공방을 이리저리 살폈다. 특히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온갖 목공 기구들이 매달려 있는 벽면이었다. 사용법을 모르는 낯선 기구들이 여러 모습으로 반기고 있었다. 수많은 기구들 중에 내가 사용하게 될 것은 무엇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괜스레 빨리 배우고 싶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렇게 목공방을 살피던 코끝으로 톱밥 냄새가 들어왔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느꼈던 묵직함은 톱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수강생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톱밥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거나 바닥에 수북이 쌓이고 있었다. 목공방을 가득 채운 톱밥 냄새는 평소에 맡기 어려웠기에 이마저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온통 낯설고 생소한 풍경이지만 건조한 겨울을 잊게 해 줄 다스함과 묵직함이었다. 이렇게 나의 첫 목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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