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재택 근무 해보고 느낀 점이 있습니다
내가 공동창업자로 있는 회사는 코로나 이후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재택근무 모드로 보내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처음으로 전 직원 재택근무 모드를 시도했었다.
그 시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모두의 컴퓨터를 노트북으로 바꾸고, 서버 대신 클라우드를 활성화 하고,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 소소한 것들을 조정해 가면서, 굳이 모두가 한 곳에 모이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덕분에 메르스는 사라졌지만, 우리에게 원격 근무 제도를 선물했다.
집중하고 싶을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동이 어려울 때, 원격 근무를 신청하고 그 날은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일할 수 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왔다.
우리 회사는 그 후 대부분을 재택근무(원격 근무가 아니다. 집에서 나가면 안되는 재택근무다) 모드로 운영하고 있다.
메르스 때는 해보지 못했던 '장기간'에 걸친 재택 근무 시도로 많은 것들을 학습할 수 있었다.
직원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나라는 출퇴근 시간이 긴 편이라, 오피스 출퇴근만 없어져도 업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다.
꾸미고 일할 필요가 없으니 본인이 가장 편한 상태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효율이 줄어든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동의하기 힘들다. 오피스 출근 하는 내내 꾸미고 일하시는 분을 본 적이 없는데........)
부모라면 아이들이 집에 함께 있을 때에는 심각한 업무 상의 지장을 초래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학교나 보육 기관에 가 있을 때에는, 물리적으로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은근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근무 시간이 강제되지 않으니 오히려 업무 시간의 오너십과 셀프 모티베이션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었다.
누가 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월급 도적단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은 편할 지언정 머리는 좀더 치열하게 일을 고민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재택 근무의 장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멘트였다.
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음을 알고 있긴 하다.
오피스에서도 너무나 잘해주던 직원 분들은 집에서도 문제 없이 너무나 잘해주는거고,
어떤 분들은 나태해짐, 나이브해짐과 싸워야 했고, 회사는 자기 자신과 벌이는 그들의 전쟁을 도와주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혼자' '집중'하여 일하는 상황에서는 장점이 되었지만, '팀'으로 '조율'하며 일하는 상황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동료들과의 잡담이 사라지고 아주 간단한거라도 묻거나 의견을 주고 받기 위한 과정이 다소 불편해졌다는 의견이었다.
챗으로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리 간단한 거라도 말하는 것보다는 텍스트로 쓰는게 좀더 신경쓰이는건 사실이다.
(이건 조직 문화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서로를 대할 때 전반적으로 예의바르고 조심스러운 성격 같다.)
잡담이 사라진다는 것은 큰 문제다.
잡담이 만들어내는 경쟁력, 강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오피셜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편안함은 의견을 편하게 주고 받게 하는데, 특히 직급이 다르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관계, 예컨대 임원과 실무자 사이 등에서 잡담은 빛을 발휘한다.
친한 동료들 사이에서야 채팅을 하든 뭘 하든 온라인으로도 제법 잡담이 이루어지는 편인데, 친분이 사라진 동료나 상사, 임원과 굳이 잡담을 의도하기는 어렵다.
편하게, 툭-
재택근무 환경에서는 이게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원격근무는 상당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앞서 열거한 내용 이외에도, 기존 직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도 하지만, 물리적 거리에 구애 받지 않고 좋은 분을 채용할 수 있다.
그렇다. 해외에 있거나 제주도에 있는, 정말 매력적인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재택 근무를 도입할 의향이 있음을 확신했다.
비용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원격 근무를 기본으로 하여 회사를 운영하면 오피스 공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원격 근무 전사 도입을 위한 시스템적인 세팅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분명 월세 1/2보다 저렴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잡담의 사라짐과 시간관리/자기관리/모티베이션 등등을 전적으로 개인의 의무로만 전가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도 포기하지 않을테야- 호홋.
이렇게 우리는, 코로나가 끝나도 영구적이고 당연한 원격 근무의 도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