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앞두고.
나의 아홉수는 늘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9은 어렸고,
19는 누구나 그렇듯 바빴고,
29는 결혼과 창업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있었다.
그래서 일까.
처음으로 연속성을 가진 39에 생각이 많아 졌다.
이런저런 고민과 번민의 과정은 답답하고 지저분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나를' 들어내기로 했다.
오프라인의 나는 수다스럽다.
어울리길 좋아하고 늘 함께 하길 즐긴다.
하지만 온라인의 나는 늘 '내 까짓게 뭘 어쩌자고'로 시작한다.
내가 뭐가 잘났다고 그런걸 해,
내가 한다고 누가 봐,
다른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떻게 해-
마흔을 앞두고서야 인정하는 것은,
나는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
40 평생을 그렇게 살아 왔으니 어쩌면 이미 망한 멘탈이지만,
앞으로 살 날도 40이다 생각하고 고쳐보려고 한다.
무슨 일이든 돌이킬 수 없도록 배수진을 치고 어쩔 수 없이 나아가는 전략을 쓰는 내 스타일 상,
나의 솔루션은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처음으로 인스타 계정에 브런치 주소도 올려보고,
익명으로 두려고만 했던 계정들도 실명으로 바꿨다.
나를 사랑하고, 꾸미고, 여유롭게 하는 일에 대해 더 이상은,
에너지도, 돈도, 시간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반드시 '지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세계 강남점 6층(남성복)과 10층(유아동) 구조는 매장 위치까지 빠삭하게 외우면서,
내가 입을만한 여성복은 몇층에 있는지도 모르고.
남편과 아이들 입맛은 묻지 않아도 척척 맞출 수 있으면서,
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무런 생각도 안나는 것도.
너무 슬프다.
39년 만에 이렇게 살고 있는 내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그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나 스스로 이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고 바보 같아서,
앞으로는 조금더 드러내고, 사랑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당당하기로 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전전긍긍하지도 말고 말이다.
인생 절반 살았다 생각하고-
내가 잘 하는게 뭔지도 잘 생각해 보고, 내가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게 뭔지도 생각해야 겠다.
이제 더 이상은, 지금까지 처럼, 어영부영 살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