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강적이 되지 않게 10.
감정에 대한 책들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 방식이 매우 달랐다. 영성 철학, 자기계발서,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등 서로 다른 층위의 시선으로 감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위치, 다른 각도에서 본 관점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견해를 하나 꼽는다면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네 권의 책은 모두 ‘느끼고 생각하는 나’와 ‘실재의 나’를 따로 떨어뜨려 놓고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이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감정을 바라보는 책이 있었다. 이 책(저서 5)은 감정을 온몸으로 세밀하게 느끼라고, 감정의 리듬을 듣는 법을 익히라고, 그 리듬에 몸을 실어 소통하면서 감정의 리듬을 회복해 나가라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강도형은 감정을 이해하는 돌파구를 ‘몸’에서 찾고자 했다.
‘감정시계’를 작동시키는 신체 기관 10개(장, 심장, 피부, 송과체, 척추, 편도체, 해마, 생식선, 뇌간, 섬엽)는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시계의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간다고 한다. 따라서 하나의 사건이나 어떤 생각을 감정의 원인으로 볼 수 없으며, 그런 원인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이 발현하고 있는 신체 증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감정의 리듬에 익숙해지면 ‘뇌-몸-마음’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보다 섬세하게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을 더 잘 느끼고 더 깊게 공감하는 것은 곧 우리가 더욱 인간다워져 가는 것이며, 그것이 우리를 더 나은 방향의 삶을 이끌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감정 때문에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모든 감각과 신경이 예민해졌고, 몸의 여러 곳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마음은 점점 소심해지고 침울해졌다. 동시에 모든 게 뒤엉켜서 무엇이 더 먼저였고 무엇이 나중이었는지, 무엇과 무엇을 어떻게 떼어놓고 생각하라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뭐라도 좀 먹게 하는 사람, 잠시 잊고 쉬게 하는 사람, 억지로라도 끌고 나가 바깥바람을 쐬게 하는 사람, 이들은 세상 그 어떤 명의나 명약보다 더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갖는다. 깨져버린 감정의 리듬을 되찾게 하는 것은 소중한 이가 내미는 손길일지도 모른다. 이제 감정의 리듬을 함께 타보자며 “Shall we dance?”라고 내미는 손길 말이다.
저서 1)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박찬준 옮김, 판미동, 2013
저서 2)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생각연구소, 2017
저서 3) 「에고라는 적: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사, 2017
저서 4) 「하마터면 깨달을 뻔」,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정신세계사. 2017
저서 5) 「감정시계: 몸의 리듬이 감정을 만든다, 강도형,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