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腦) 탓, 에고(ego) 탓, 내 탓

감정이 강적이 되지 않게 9.

by 단비

뇌(腦) 탓, 에고(ego) 탓, 내 탓


세상에서 가장 긴 손톱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매체에서 접한 적이 있다. 길이도 모양도 그 무게도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단순히 길기만 한 게 아니라 아주 기이한 모양으로 뒤틀리고 휘어져서 물건 집기, 옷 입기 등의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손톱의 엄청난 무게로 인해 팔과 어깨에 심각한 통증까지 일으키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서 평생 계속 자라는 것이 머리카락과 손발톱이다. 이것을 자라나는 그대로 두면 몸을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고, 일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나중엔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몸에서 난 것이 몸을 헤치는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마음에서 난 감정도 마음을 헤치는 강적이 될 수 있다.


뇌(腦) 탓

위험했던 경험을 잘 기억해 두어 조심성이나 준비성을 갖추는 것은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의 뇌(腦)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떠 빠르게 저장하고, 더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이것을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고 오랫동안 기억을 저장하려면 아주 강력한 감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원리로 심각한 공포나 고통을 느꼈던 경험일수록 장기기억에 깊게 저장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사건이 끝난 후에도 뇌는 반복적으로 기억 회로를 강화하기 때문에, 그 강력한 감정이 계속 반복해서 떠오르게 된다. 이것을 ‘정서의 되새김(rumination)’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가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을 더 세밀하게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뇌가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뇌는 살아남기 위해서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과 ‘정서의 되새김(rumination)’이라는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을 태생적으로 갖게 되었다.


에고(ego) 탓

에고(ego)는 관련 전문가들에게 그다지 좋은 평판을 받고 있지 못하다. ‘우리를 속인다, 현혹시킨다, 건강하지 못한 믿음을 심어준다, 가짜인 주제에 진짜인 척 한다,’ 등등 썩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많이 달고 있는 것이 바로 에고(ego)다.


그런데 에고 역시 원시 상태에서 위협(물리적 공격이나 위험)을 느꼈을 때 ‘투쟁(싸움)-도주(도망침)’ 반응으로 생존을 유지해 온 인류의 습성으로 인해 과도한 불안을 양산하게 되었다는 것이 4)의 설명이었다. 에고(ego)는 '위협이 되는 것을 해석하는 일', 자신이 맡은 그 일을 나름 열심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높아서 에고(ego)는 거짓에 가까운 과한 해석을 내어 놓으며 화, 걱정, 불안 따위를 계속 생겨나게 한다. 에고(ego)가 감지한 위협이 구체적인 실제 상황이 아니라 단지 머릿속에서 일어난 관념적인 것일 때도 말이다. 그리고 에고 자신은 그 불안한 감정들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내 탓

저서 2)의 ‘구성된 감정 이론’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감정을 스스로 구성하는 주체적인 존재다. 이 과정은 뇌의 예측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예측은 지금까지의 모든 과거 경험에 기초하여 이루어진다. 뇌의 예측에 오류가 있다면 다른 관점의 지식과 새로운 경험을 쌓음으로써 그 예측을 바로잡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무엇을 접할지, 무엇을 학습할지를 선택할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진다. 이런 경험들은 우리가 가진 개념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감정을 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성인의 경우 자신을 교육하고 새로운 개념을 추가로 학습하는 기회를 더욱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리사 펠드먼 배럿(저서 2)은 뇌(腦) 탓은 할 게 못된다며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들의 뇌가 유해한 환경에 맞게 배선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개념 체계를 더 낫게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그 자신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책임’의 형태다. 때때로 책임이란 당신이 사태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을 뜻한다. - (저서 2)


뇌 탓, 에고 탓, 내 탓 중에 무엇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우리가 뭔가를 해볼 도리가 있는 것은 우리 자신 밖에 없다. 평생 손톱을 깎지 않고 기르는 것처럼 마음에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자라나는 그대로 놔둘 것인지, 잘라내고 다듬으며 변화를 꾀할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To be continued 다음 회차에 계속 이어집니다.


저서 1) 「놓아버림」, 데이비드 호킨스 지음, 박찬준 옮김, 판미동, 2013

저서 2)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생각연구소, 2017

저서 3) 「에고라는 적: 인생의 전환점에서 버려야 할 한 가지」,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사, 2017

저서 4) 「하마터면 깨달을 뻔」,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정신세계사.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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