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날숨은 나의 들숨이 된다

새벽독서 80일. 누군가를 통과한 글이 나에게 길이 되기도

by 단비

새벽독서 80일, 매일 글쓰기 106일, SSWB-Act 코칭 11주 차


누군가 내쉰 날숨은 내가 들이마신 들숨이 된다. 나를 통과한 날숨 역시 누군가의 들숨이 되고, 그렇게 모든 숨은 그 누군가의 것과 나의 것이 섞이어 새로운 공기가 된다.


글도 그러하다. 누군가의 삶과 사유를 통과한 글은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삶에 새 길을 낸다. 나 역시 읽은 글에 진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서툴지만 글을 쓴다. 이에 대해 고대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Seneca)님께서 나에게 아주 잘하는 일이라고 열렬히 칭찬해 주셨다.


우리는 그저 쓰기만 해서도 안 되고 그저 읽기만 해서도 안 되네. 쓰기만 하는 것은 지력(智力)을 정체시키고 고갈시켜 버리며, 읽기만 하는 것은 영혼을 나태하고 경박하게 만들어버리네. 따라서 양쪽을 오가면서 한쪽으로 다른 한쪽을 조절해야 하는 거지. 그렇게 함으로써, 독서를 통해 쌓인 것을 글로 나타낼 수 있다네. 사람들이 흔히 말하듯이, 우리는 꿀벌을 본받아야 하네. 그들은 여기저기 날아다니면서 벌꿀을 만드는 데 적합한 꽃의 꿀을 따고, 그것을 운반해 와서 벌집 전체에 고루 퍼지게 하네.
- 세네카, <삶의 지혜를 위한 편지> 중에서


나는 전형적으로 읽기만 하는 쪽이었다. 나의 독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데까지가 다였다.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내 삶에 비추어 그 뜻을 해석하려고 들지 않았다. 어떤 자리에서라도 대화에 낄 정도만 되면 만족하는 식의 독서였다. 세네카의 말대로라면 내 영혼은 나태하고 경박해져 있었다.


지금은 매일 글을 쓴다. 아직 많이 서툴러서 쓰는 속도도 느리고 완성도도 부족하지만, 가끔 내가 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의 날숨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나의 들숨으로 들어와 글로 뱉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순간.


오늘은 2000년 전에 내쉰 세네카의 날숨이 나의 들숨으로 들어왔다. '글은 읽기만 하면 안 된다. 꼭 쓰는 것과 병행하거라.' 는 말이 내 안으로 들어왔고, 나는 선생님께 '참 잘했어요.' 도장받은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져서는 이 글을 쓴다.


나의 날숨으로 엮은 내 글도 언젠가 누군가의 들숨이 되어 영감을 떠올리게 하거나 마음에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하루짜리 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