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 천천히 읽기 3.
우리는 ‘몸’을 가진 존재로 태어난 후에 ‘의식’을 갖게 된다. 김우창 교수는 ‘몸’이 ‘의식’보다 더 먼저 존재하며, 사람은 마음으로 존재하기 전에 몸으로 바르게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에 대한 생태학적 탐구에 있어서 '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몸을 쓰는 방법에도 바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호흡과 동작을 바르게 구현해 놓은 것의 한 예가 ‘요가’라면, 신체의 움직임을 고도로 형식화한 것이 무용과 같은 ‘예술’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몸의 움직임과 예술로 표현된 신체 동작의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이 ‘예절’이라고 한다. 나는 ‘예절’이 ‘예술’의 전 단계일 수 있음에 사뭇 놀랐다.
사람은 의식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것보다 우선하여 몸으로서 존재한다. (중략) 사람은 생존을 위하여 몸을 쓰는 법을 익혀야 한다. (중략) 여기에는 바르게 하는 방법과 그렇지 않은 방법이 있다. 요가의 숨쉬는 법이나 동작은 여기에 관계된다. (중략) 일상적인 동작과 예술의 중간에 있는 것이 예절이고 의례이다. (중략) 신체의 언어는 집단의 사회관계를 협동적인 것이 되게 하고 갈등적인 것이 되게도 한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중에서
‘의례’나 ‘예절’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전통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에 대해 접근하는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의례’가 없어지는 것이 신체와 정신의 자유를 의미할 수도 있으나, 그로 인해 그것이 갖는 본래의 순기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마음과 몸으로 함께 존재하는 데 있어서, 의례와 예절은 삶을 순진하고 풍부하게 하여 사회적 폭력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말하는 ‘의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겉치레나 허례허식과는 다른 것이었다. 사회적 관계에서 우리가 취하는 ‘몸가짐’이 ‘의례’로 구현되며, 이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회적 질서를 만든다.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몸가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공간적 존재로서 사람이 신체로서 세계 안에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 해방은 큰 손실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한국 사회에 있어서, 아마 그 상실이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예의의 상실에서 오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의 증가일 것이다. - 김우창, <깊은 마음의 생태학>* 중에서
우리가 공간적 한계에서 해방되어 신체를 갖지 않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음은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아바타처럼 가상 공간에 분신을 두어 존재하는 것은 이미 현실로 실현되어 있으니, 낙관적이지 않은 시나리오가 예측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우리가 자신의 본 얼굴을 드러내지 않을 때 상실하는 것은 비단 예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식이 마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몸과 함께 공시적(共時的)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로 인해 ‘몸가짐’이 우리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깊이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바른 ‘몸가짐’의 본을 세우기가 참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이런 시대적 흐름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것일까? 각 개개인의 자율적인 노력으로 '몸가짐'의 심미적 의미가 지켜질 수 있을까?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김우창, 김영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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