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수집 일지 17
인간은 한 번에 한쪽 콧구멍으로만 숨을 쉰다. 3~4시간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한쪽이 더 많이 열리면 다른 쪽은 좁아지기를 반복하면서, 좌우 한쪽씩 교대로 숨을 쉰다. 양쪽 코가 동시에 숨을 쉬면 점막이 마르고 염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한쪽이 숨을 쉬는 동안 다른 쪽은 휴식을 취하면서 점막에 수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인체의 신비라고 한다.
현대 의학에서 밝혀진 또 다른 사실은 외쪽 콧구멍을 통한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신을 이완시키고, 오른쪽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심신을 각성시킨다고 한다. 이런 원리를 고대 인도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건지, 인도 요가에 ‘나디 쇼다나(Nadi Shodhana)’라고 불리는 ‘교대 콧구멍 호흡법’이 있다. 손가락으로 좌우 콧구멍을 한 번씩 번갈아 막고 다른 한쪽 콧구멍으로만 깊은 호흡을 하는 일종의 호흡 명상이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도 ‘나디 쇼다나’ 호흡 명상을 한다. 명상을 하면 한 가지 생각이 아니라 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건 나만 그런 걸까? 한쪽 콧구멍을 번갈아 막으면서 문득 요새 널리 알려진 MBTI 성격검사가 떠올랐다. 성격에 따라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겠지?이 상황에 맞게 대처하려면 성격을 바꿔야 하나? 성격이 바꿔지긴 하는 건가?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 MBTI 성격검사에서 매번 결과가 똑같은 사람도 있지만, 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최근 경험하고 있는 일들에 따라 주어진 질문에 다르게 답변하기 때문이다. 변덕스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다.
T는 객관적 사실과 논리를 중요시하고 결과와 효율성에 초점을 둔다. F는 타인의 감정과 조화를 우선시하고 과정과 관계에 초점을 둔다. 떠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그 뒤에 이어질 일들을 처리하려면 나는 지금 T의 근성을 한껏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기운이 나질 않는다. 기분이 우울하다.’라며 ‘나는 아무래도 F인 것 같다.’는 자기변명 뒤로 숨곤 한다. 양쪽 콧구멍을 한쪽씩 번갈아 쓰는 내 몸이 갖고 있는 지혜를 좀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T여야 할 때 T의 기질을, F여야 할 때 F의 기질을 번갈아 쓸 수는 없을까?
‘나는 원래 어떠하다.’라고 자신을 규정하면 오히려 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어디 숨어 있다면 지금 좀 나와줬으면 좋겠다. ‘나는 이러할 수도 저러할 수도 있다. 고정불변으로 정해진 나는 없다.’라고 주문을 걸어본다. 내 안에 잠재된 초강력 T의 기질이 슈퍼맨처럼 빨간 망토 날리며 솟아올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