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의 '부정성'과 의지의 '긍정성'

위로수집 일지 16

by 단비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훨씬 힘이 세다. 주어진 자극에 대해 부정적 예측을 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 확률을 높여 주었다고 한다.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인간은 긍정적 자극보다 부정적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부정성 편향’이라고 한다.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인간 정신의 기본 장치로 ‘부정성’이 남아 있고, 그것은 결함이 아니라 기능이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형성된 기능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는 부정적 예측은 높은 불안과 긴장을 지속시키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심인성 질환을 일으킨다. 생존하기 위해 갖고 있는 인간의 본능이 자신을 지키는 데 쓰이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해칠 수도 있음이다.


부정성’의 폭주를 막기 위해 힘껏 맞서 나서야 하는 것은 ‘긍정성’이다. 그냥 해맑은 낙천적 성격만으로는 이 싸움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매우 의도적으로 단단히 마음먹고 결연한 태도를 갖춘 ‘긍정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지적인 ‘긍정성’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수많은 ‘멘탈 관리법’이 연구되어 소개되고 있다.


‘부정성’이 뇌의 신경학적 기제로 일어나는 본능이라면, ‘긍정성’은 심리적 기제로 불러 일으켜야 하는 의지의 영역이다. 본능에 대해 의지로 맞서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소에 꾸준히 ‘긍정성’을 키우는 습관을 만들고, 멘탈을 강인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뇌신경도 성장하여 사소한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장된 위험 경보를 울리지 않게 된다고 한다.


이 정도의 뇌과학 지식으로 나의 ‘긍정성’이 충분히 발휘됐다면, 지금처럼 유별나게 위로를 찾아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길어져만 가는 괴로운 시간 동안 나는 위로받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내며 그 시간을 버티고 있다. 단순히 생각으로 빚어내는 부정적인 감정만이 아니라, 실제 내가 처한 상황도 나의 건강도 아주 분명하게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나는 질문을 한 번 바꿔봤다. ‘나에게 아주 소중한 이가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로. 나는 그가 혼자 알아서 다 잘 해내겠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나에게 알렸으면 좋겠다. 설익은 감정이라도 토해내고, 완전하기보다는 온전하기를 바랄 것이다. 성장과 성숙이 아니라 ‘현상 유지’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는 걸 알았으면 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남의 온기를 빌어 나의 한기를 녹이고 있다.


출처: 자존감_뇌가 만들어낸 생존 전략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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