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수집 일지 15
약이 되는 위로를 찾겠다며 글쓰기를 시작한 후로, 필사노트로 사용했던 오래된 수첩들을 자주 들춰본다. 그러면 가끔 신기하게도 어떤 페이지의 글귀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단 듯이 뛰쳐나와 내 눈을 붙잡을 때가 있다. 류시화의 ‘세 가지 만트라’ 이야기가 그랬다.
산스크리트어로 ‘만’은 ‘마음’, ‘트라’는 도구’로, ‘만트라’를 직역하면 ‘마음 도구’라는 말이 된다. 특정한 음절이나 단어, 문장을 반복하면 강력한 파동이 생겨서 초월적인 힘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 ‘만트라’의 원리이다. 명상 수행을 위해 북인도 히말라야로 스승을 찾아간 작가 류시화는 온갖 수난과 시련 끝에 스승으로부터 세 가지 만트라를 전수받았다.
첫째,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둘째,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셋째,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위로가 필요했던 나에게 가장 울림이 컸던 만트라는 ‘셋째’였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허덕이고 있을 때 신께 도움을 미루지 않고, 내가 함께 하겠다며 달려와 준 사람은 단연코 가장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할 이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나도 그 사람이 힘들 때 달려가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그에게 내가 소중했듯이, 나에게도 그는 소중한 사람이다. 내가 그를 떠올리지 못할까 봐 서둘러 달려와 ‘여기, 내 모습 보이지?’라며 손 흔드는 사람의 ‘위로’가 있었기에, 나는 지켜야 할 소중한 관계가 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위로’란 고통을 견뎌내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위로’를 찾아 나선 게 아니라 이 고통을 견뎌내야 할 이유를 찾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