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이 열어낸 통로

위로수집 일지 14

by 단비

힘든 일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감정을 조절하고 다스리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느끼는 고통의 실체는 정신에 있다기보다 육체에 있는 것 같았다. 몸의 곳곳에서 다양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머리의 어지럼증, 숨 막힘과 흉통, 잦은 위경련, 아침 기상을 힘들게 하는 심한 근육통.


이에 대해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생전 겪어본 적 없는 악성변비와 피부 가려움증까지 떠안아야 했다. 이쯤 되면 마음에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몸에 질병을 얻게 된 셈이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몸이 상했을 거란 말도, 몸이 건강치 않으니 마음이 약해지는 거란 말도 모두 다 맞는 말이다.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있음에 대해 인간의 직관적 통찰로 설명하는 글이나, 과학의 실험적 결과로 증명하는 자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자신의 몸으로 직접 느끼는 통증만큼 그것을 확실하게 가르쳐주는 교재는 없을 것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우울은 짙은 안개처럼 눈앞을 가리며 피어올랐다가도 침착하게 견디면 점점 옅어지며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몸으로 느껴지는 통증은 돌로 쌓은 벽 같아서 오래 버틸수록 점점 더 높고 단단해지기만 했다. 수그러들지 않는 통증을 몸에 달고부터는 안개 같았던 불안과 우울마저도 단단한 벽처럼 자리 굳히기를 하려 들었다. 이제 나는 감정 조절보다 통증 조절에 신경을 써야 했다.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마음챙김)를 확장한 개념으로 바디풀니스(bodyfulness, 몸챙김)라는 용어가 있다. 두 가지 모두 몸과 마음의 연결을 통해 개인의 치유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접근이다. 마음에서 출발하여 몸을 향해 가느냐, 몸에서 출발하여 마음을 향해 가느냐의 차이일 뿐 결국 몸과 마음을 잘 이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한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바디풀니스(bodyfulness, 몸챙김)의 기본 원리는 몸에 느껴지는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스스로 몸을 돌보지 못했던 순간들과 그 결과가 어떤지를 충분히 느끼고, 몸이 나의 노예가 아니라 다정한 친구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돌보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내 몸에 찾아온 통증은 마음으로 가는 통로를 열어갔다. 나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몸을 혹사했던 행동들을 하나씩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혹사당했던 몸을 달래고 돌보며 다시 마음과 따뜻하게 이어질 수 있기를, 그렇게 마음도 몸의 온기를 받아 차츰 평안해져 가기를 기도드린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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