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나는 꽤나 긴 시간 동안 비혼 주의자였고, 개인적인 일의 계기로 결혼을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뒤로는 인생의 큰 숙제처럼 짊어지며 살았었다.
심지어 어릴 적 한 번쯤은 '나도 결혼해서 엄마, 아빠처럼 살 거야~'라는 이런 말을 내뱉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엄마는 진지하게 엄마와 아빠가 사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아서 내 딸이 단 한 번도 저런 말을 안 하는 걸까? 우리 집에 문제가 있나? 라고 걱정하셨다고 했다.
나는 커서 오히려 연애를 하면 할수록 더더욱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난 엄마처럼 배우자의 수입이 없어도 먹고살고, 여가생활도 즐길 수 있고 일주일에 2-3일 정도 남자 친구 만나서 데이트하면 매우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하루 종일 붙어서 뭐하겠는가?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헤어지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데이트 이후의 이별 시간도 있어야지! 나에게 결혼은 마치 아기를 낳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결혼 없이 아기를 낳으면 주위에서 수군대고 손가락질하면 떳떳하지 못하니, 법정인 테두리 안에 떳떳하게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 결혼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일을 겪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다가와도 내 옆에서 든든히 힘이 되고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고 내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니 가족들에게 마냥 기댈 수 없는, 나에게 가족들이 기대기 시작하는 순간도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그저 감정에 충실한 응석 부리는 막내가 아니었다.
이 마음을 먹고 나니 연애가 더 힘들었다.
원래도 연애를 내 성격과 안 맞는 부분이 나타나면 결국 극복하지 못하고 이별을 주저 없이 하였는데 기준의 잣대가 결혼이 되어버리니 더 심해졌다. 원래도 짧은 나의 연애는 더 짧아졌다.
남들처럼 오랜 연애를 하는 게 부러웠고, 나의 성격이 문제인가 참 많은 고민을 하였다.
그러던 와중에 소개팅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나의 주로 사람을 만나는 곳은 소개팅이었기에 큰 기대도 없이 만났고 역시나 큰 일 없이 그저 그런 소개팅으로 끝났다.
뻔하게 한 두 번 만나고 끝날 것 같던 이 상대는 이상하게 계속 이었졌다.
날 잘 아는 지인의 소개라 그런지 솔직히 말해서 외모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남편은 아직도 이 부분을 마음에 안 들어한다) 그렇다고 딱히 아! 그 남자 싫어! 이것도 아니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처음 만났지만 사소한 습관이라 행동 하나에 정이 뚝! 떨어지는 그런 사람도 아니었다.
딱히 재밌지도 다음이 기대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 않은 그 정도의 사람이었다. 그저 그런 소개팅 이후 나의 예상과 달리 그 당시 남편은 나에게 꾸준히 애프터 신청이 들어왔다.
소개팅 당시 나에게 호감 있다곤 생각지 못했는데 그의 노력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큰 파동은 없지만 잔잔했고 편안했다. 둘 다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마치 연애를 처음 하는듯한 기대와 설렘 재미를 주었고 짝짜꿍이 잘 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무슨 말을 내뱉든 무슨 말을 듣던 눈치 보거나 두렵거나 걱정되는 건 없었다. 숨길 게 없었다.
'아 이 말을 내뱉으면 날 이상하게 볼까? 우리 관계가 끝날까? 저 사람은 변할까? ' 이런 쓸데없는 고민은 사라졌다. 편안했다.
개인적으로 연애를 할 때, 난 무조건적으로 남자 친구와 모든 걸 공유하는 연애를 하지 않았다. 사실상 성격상 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영화 취향이 다르면 난 강요하지 않았다. 눈치보기도 싫었고 혼자 영화 보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런 게 편했다. 꼭 연인이라고 모든 것을 같이 할 필요가 없었다. 이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둘이 모든 걸 같이 하고 있었다. 눈치 볼 것도 없었으며 누군가가 양보하거나 참는 일도 없었다. 그저 둘이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결혼을 했다.
물 흐르듯 결혼을 준비하였고, 싸움을 많이 한다는 결혼 준비 기간에도 평화로웠다. 결혼 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할 일이 또 언제 오겠는가? 비싼 거 고르러 다니고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렇게 결혼해서 벌써 2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임신을 하고 있는 이 와중에도 우리 둘은 여전히 싸움 없이 여전히 많은 대화를 하고, 다가올 미래가 두려우면서도 함께할 미래가 설렌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 보자마자 종소리가 난 것도 아니고, 결혼할 거 같은 예감도 없었다. 결혼을 한 지금도 어떻게 연애를 시작했는지 가끔 의문이 든다.
특히나 너무 생각지 못한 외모 스타일 이어서 연애 초반 사진을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왜 자기가 계속 추구해오던 외모 스타일이 있지 않은가? 지나간 연애를 생각하면 알게 모르게 비슷한 분위기가 풍긴다. 하지만 남편은 열외다.
주위에서 날 잘 아는 사람들도 신기하게 말하지만 나 자신도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하다. 그렇게 결혼에 대한 불신과 비혼 주의자였던 내가 이러고 살다니 심지어 만족스럽다.
그래서 결혼 후 주위에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잘 골라라!! 결혼하고 후회하고 앞으로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기회와 시간이 있을 때 잘 골랐으면 좋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부부싸움 글 이혼을 하고 싶다는 글을 보면 공감 가는 글들이 참으로 많다. 그런데 우리 부부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이 오면 대화로 풀고 서로를 잘 알기에 서로의 방법대로 해결해나가는데 그런 거 없이 무조건 서로 날만 세우고 본인이 더 아깝고 누가 빚지는 장사처럼 비유하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결혼을 손해보고 이득보는 장사는 아닌데...
제발 잘 고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