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기전에 ‘나’
코로나가 시작되고 남편의 재택이 시작되었다.
임신 기간 동안 나도 재택이었고, 지금 뱃속에 있던 아기가 태어나 8개월이 되어도(8개월에 글쓰기 시작했지만 마무리는 10개월이다) 코로나는 계속되고 있다. 그 덕에 남편도 재택을 계속하고 있다.
재택이지만 매주 목요일은 출근 날이다.
처음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이 부러웠다.
남편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가뜩이나 눈이 많이 내린 올 겨울에 추운 날 출근하느라 고단해 보였다. 그래도 나에겐 그 모습마저 부러웠다.
매일 같은 트레이닝 바지에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이 마저도 딸내미 이유식 먹이고 간식도 먹이다 보면 여기저기 음식물 묻는 건 일상이다.
딸내미 씻기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거울을 보면 나 자신이 너무 초췌해 보인다.
한창 애 낳고 무섭게 빠지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고 있어서 마치 잔디인형 마냥 머리카락이 사방에 튀어나와있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기초화장품부터 바르고 수시로 마스크팩에 각종 팩을 했다.
그뿐이랴, 밖에 안 나가더라도 꼭 선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1년 내내 선크림은 필수로 썼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딸내미 돌보느라 제때 세수도 못하지만, 뽀뽀를 가리켰더니 요새 내 볼에다가 수시로 침이 가득한 입술을 갖다 대느라 선크림은 꿈도 꿀 수 없다.
딸내미가 뭣도 모르고 뽀뽀~ 하면 침이 줄줄 흐르는 입술을 내 볼에 갖다 대면 너무 행복하고 둘이서 까르르까르르 웃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면 우울해진다.
나도 계절이면 이 옷 저 옷 쇼핑하느라 바빴고, 회사 프로젝트가 새로 시작되면 스트레스받으며 일하지만 같이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가 좋았다.
프로젝트 끝나고 시원하게 동료들과 마시는 맥주타임이 그립고, 매일 점심시간마다 똑같은 메뉴뿐이라 지겹다지 겹다 하면서 골라먹던 점심시간이 그립다.
이제 딸이 조금 커서 날이 좋은 날 둘이서 유모차 끌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동네 자그마한 카페에 가서 나는 커피를 아기는 떡 뻥을 먹는 감격스러운 순간도 생겼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기 엄마이기 전에 나 자신이고 싶다.
세일을 핑계로 생전 잘 신지 않던 검은색 정장 구두를 사두었다.
회사 복직하면 신을 거라며 미리 신발장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과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딸을 보면 내 마음은 오늘도 갈대처럼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