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두 편 더 쓰기
고등학생 때 썼던 일기를 들춰보면 이렇게 쓰여 있다. “하루 종일 책 읽고 싶다…글 쓰고 싶다… 문제집만 푸는 시간이 아깝다. 아무래도 나는 천재적인 예술가인 것 같은데!!” 혼란스러워하던 내게 진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 국문과 들어가서 쓰면 돼.” 그 말을 들은 저는 국문과엔 가지 않기로 했다. (누가 하라면 하기 싫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수능을 치르고 나선, 좁은 교실 안에서 억눌렸던 세상을 향한 관심이 폭발하면서 정치외교학을 선택했다. 경제학(알고 보니 수학이더라고요…?)을 복수 전공하면서 사회과학도의 길을 걸어가는 듯했다. 그래서 제가 소설과 문학을 좋아하고 그 속에서 위로받았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대학생 때는 가난했고, 직장인이 되어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어쨌든 세상이 인정해주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직장은 사회로 진출하는 입장권이었다.
직장을 퇴사하고 나니 잊고 지냈던, 좋아했던 소설에 자연스레 마음이 끌렸다. 다행히도 취업준비생 때처럼 당장 나앉을 정도는 아니라서 감사하다. 지난해 봄부터 소설가 선생님의 합평 수업을 등록했다. 처음엔 A4용지 1장 반짜리 소설 구성을 짜서, 석 달 뒤엔 원고지 70매 분량의 소설로 발전시켜보았다. 이렇게 긴 글을 구성해서 써본 적이 지금까진 한 번도 없었다. 몇 달 동안의 합평에서 좋은 문우들을 만난 덕분에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게는 투박하고도 소중한 첫 단편이 하나 탄생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갈진 모르겠지만, 주말엔 꾸준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밤을 잊고 할 만큼 신기한 일이니까. 어쩌면 소설과 글쓰기를 통해 나는 이런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