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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Mar 19. 2024

3일 연속 엄마의 바자회 지원기

피곤해 입안에 물집이 잡혔다

한 달 전에 사주명리상담가 자격시험 공고가 났다. 시험을 지원했다. 같이 엠티를 추진했던 지방 친구들이 이 시험을 위해 서울에 온다. 서울 온 김에 서울여행 가이드를 약속했다.


그런데, 반달 전 갑자기 이 날 바자회라고 안양까지 차량지원을 해달라는 엄마. 작년에도 갔었는데, 한마음선원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오시는 터라 엄마의 발효음식이 꽤 잘 팔리는 곳이다. 오전에 물건을 가져다주고 오후엔 시험을 보거나 친구들 가이드를 해주면 되겠다 싶었다.


바자회는 금토일 3일 연속이었고, 내 시험은 토요일에, 친구들 서울구경은 일요일에 있었다.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나는 무난한 스케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첫째 날 금요일은 시작이 좋았다. 이날은 오후 스케줄이 비어 물건을 가져다 드린 후, 나는 근처 안양예술공원에서 공부를 했다. 이날 간 카페가 대박이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2층 카페에 갔다. 아무도 없는데 통창에 봄날의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난 어릴 때부터 할머니처럼 햇살이 좋았다. 너무 덥기 바로 직전까지 창가의자에서 시험지를 보며 햇빛 샤워를 했다. 그때 카페 직원이 큰 커피잔을 들고 등장했다.


"중간사이즈를 시키셨는데, 제가 실수로 작은 걸 드렸어요. 제 실수니 한잔 더 드릴게요."

효도했다고 하늘에서 내려준 1+1 커피

갑자기 커피가 1+1이 되었다. 넉넉한 장소도 좋았는데 이런 서비스까지! 공부의 신이 나를 도와주는 것 같았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손님이 많지는 않은데 꾸준히 온단다. 오후 2시쯤 파하고 엄마를 태우고 집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런데, 어찌나 막히는지...! 예상시간보다 1시간을 더 초과해 집에 왔다. 내일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 대충 시험문제 보고 잤다.




토요일 새벽도 차를 달려 물건을 나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너무 졸리는 거다. 시험보다 잠이다. 바로 두 시간을 내리 잔 후, 대충 먹고 씻고 문제를 보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깨어서 시험문제를 잘 읽고 답안을 다 적는데만 의의를 두었다. 서술형이 있어 글씨를 잘 쓰고 싶었지만, 컴만 써 개발과 새발 같은 글씨 중 못 알아보는 글자가 없는지를 제일 신경 썼다. 점수는.... 뭐 재수할 생각이다.


여하튼 시험을 끝내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도반들과 뒤풀이를 신나게 했다. 소주에 삼겹살도 하고. 그런데, 난 내일 새벽 스케줄이 있다. 그 사이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본인 장사가 잘 됐으니 내 시험도 잘 뵜을거라는 근자감 카톡이다.


모임을 파한 후, 집에 오는데 쏘카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빌린 차가 이용자가 사고를 냈다고 더  차를 싼 가격에 바꿔주겠으니 이용하실 건지 묻는 내용이었다. 르노 xm3였다. 큰 차니까 기분 좋게 해 보겠다 했다.




드디어 마지막날 아침, xm3를 몰고 가는 새벽길은 상쾌했다. 선원 앞에 내려 물건을 내리니 엄마가 안 팔리는 물건은 싣고 가란다. 그런데, 아직 가져갈 물건이 정리가 안 됐으니 기다리란다. 정차한 차는 길을 막고 있으니 빼달라 해서 지하 주차장에 잠시 세워두려 들어갔다. 근데 기둥이 많고 이미 주차한 차들이 많아 큰 xm3를 다시 돌려 나오는 걸 못하겠는 거다. 엄마는 그때 다 정리했는데 어딨 냐고 전화 오고.. 난 주변에 인상 좋은 중년 아저씨에게 부탁해 큰 차는 처음이라 차를 못 돌리겠다고 대신 돌려달라고 부탁했다. 겨우 지하 주차장을 나와 엄마 짐을 싣고 집에 오니 시간이 바로 친구들 서울 가이드할 타임이다. 그래도 친구들과 시간은 즐거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입안이 이상해 입술을 뒤집어 보니 피곤할 때 생기는 물집이 잡혔다. 빡쎈 금토일을 보냈으니 내 몸이 정직하게 신호를 보낸 거다. 엄마에게 전화하니 80만 원 팔았다고 좋아하신다. 운전비로 돈을 받아 물회를 먹었다.


봄 환절기라 안 그래도 피곤한데 새벽운전이 이리 고될 줄 몰랐다. 엄마도 피곤하다 하시지만 즐겁다 하시니 다음 바자회도 갈 것 같다. 하지만, 중복 스케줄은 이제 그만. 엄마 스케줄 들이밀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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