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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Aug 30. 2024

신(申)월의 성지순례

행주성당과 행주산성

( 申) 금 : 오후 15시30분 - 17시 30분 / 8월7,8일(입추) - 9월 7,8일(백로)


음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금은 결실과 실속의 기운이다. 목화의 계절 봄과 여름이 실속없는 도전과 열정의 시기라면, 금기운의 가을은 결실을 도모하고, 결실을 얻은 결과로 이어지는 시기이다. 따라서, 신금은 특별한 재능과 기술의 기운을 의미한다. 끼와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성과를 내는 힘이며 활동적인 전문가의 힘이다. 자기확신이 강해서 조직, 집단과 융화하는 힘은 다소 떨어진다.

신금의 중심인 경금은 강렬하게 결실로 가는 기운이라, 신금 역시 강한 결단력과 실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총명함에서 비롯된 우월감을 바탕으로 독단적이고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신금의 주목할 점은 순간적으로 간파하는 능력이다.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본질로 가닿아 통찰을 얻는것이 신금이다.

인목, 진토, 사화처럼 신금 역시 권력과 관련이 깊다. 신금은 인기에 기반을 둔 권력에 관심이 많다. 선출직 공무원, 언론을 이용한 지지기반을 유지한다. 정치와 아주 관련이 깊다.신금의 지장간(무,임,경)은 모두 양간으로 구성되어 힘은 강하지만, 힘을 쓴 만큼 성취는 어렵다. 가을이지만 설익은 기운이고 성취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지만 꼼꼼함이 부족해 마무리가 서툰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재능이 성취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재능이 있지만, 인기와 자만에 도취되어 쉽게 고꾸라지기도 하는데 이때문에 우울해지거나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결실을 맺으려는 의지는 강하지만, 아직 서툰 기운이라 단계적으로 결실의 과정을 밟는 여유가 필요하다.

* 신금의 키워드 : 결실과 실속, 재능과 끼, 순간적인 통찰력, 인기에 기반한 권력, 언론과 정치, 서툰 마무리


<나의 사주명리> 중 신금 요약



지난 미월(7윌초-8월초)에 성지순례를 못했다. 습기 높고 지열 높은 거리를 걷기 힘들어서다. 평탄한 땅이 그리웠다. 내가 땅을 못 견뎠을 뿐 땅은 그대로 있다. 다시 걸으면 된다.


태양은 뜨거웠지만, 공기는 한결 서늘하다. 음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발산과 풍요의 화기운은 화려하다. 하지만, 우주는 계속 변하므로 화려함에도 한계가 있다. 지나친 양기는 더위로 지치게 하니 절제하고 정리하고 줄이는 음기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것이 지나친 양기가 음기를 부르는 이유이다. 



오늘은 서울의 서쪽 행주성당으로 갔다. <천주교 성지순례지> 책을 샀는데, 책에서 본 성지 중 적절한 시간을 걷기 때문이다. 여긴 순례길이 조성 안되어 있지만,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에서 50분 걸어갔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높다. 차차 몸이 걷기에 적응된다.저혈압이 있어 축 쳐진 몸이었다. 걷다보니 머리에 피가 돌고, 온몸이 편해진다.


밭작물이 많은 길을 거쳐, 자전거도로를 지나 걸었다. 도로와 띄염띄염 집들이 있는 작은 마을에 한옥으로 지은 소박한 성당이 있다.


1899년에 성당의 공소로 출발한 행주성당은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오래된 것이 거쳐온 시간의 풍파를 알기에 존경스럽다. 오랜만에 성모님께 초를 올렸다.

한옥성당이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 미사를 봤다. 끄트머리에 참석해 길게 못 있었지만, 기도를 올렸다. 이제 내 나이도 신월처럼 수렴과 음기의 계절로 간다. 절제와 성숙의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스템프를 찍고, 근처 행주산성까지 내처 걸었다. 행주성당에서 사목하시던 신부님은 순교하셨고, 행주산성의 권율 장군도 큰 대의를 헌신했다. 인생도 마무리가 좋고 맺음이 아름다워야 온전히 완성된다. 서툰 마무리의 신월로는 끝난게 아니니, 이제까지 왔어도 더 걸어갈 마음을 내어보자. 서툼과 부족함도 완결을 위한 과정일뿐이다. 오늘의 서툼도 받아들이고, 나아가야겠다.


어설픈 음기운의 계절의 신월에 걸어보니, 양기가 대지에 가득한데 음의 시간인  밤과 새벽에 식은 바람이 아주 조금씩  나무그늘부터 식힌다. 더위가 식어가야 금의 소산인 열매들이 맺어진다. 어설픈 음기인 신월이 그 과정의 시작을 연다. 마치 더웠던 여름밤에도 꿋꿋이 울었던 귀뚜라미 소리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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