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펑펑 울다
오늘은 서울에 올라가는 날이다. 새벽에 눈을 떠 지리산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들으니 올라가기 싫어졌다. 비까지 오니 더더욱.
조식을 먹고, 서비스 쿠폰으로 찻집에 갔다. 서비스 차인 벚꽃차를 마시고, 안마의자 30분 결제해 충분히 쉬고 왔다.
하동차문화축제 들러 드립백을 지리산문화예술학교에 선물했다. 이제 구례구역까지 운전하면 된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비가 내렸다. 길이 좁아지더니, 이상한 길로 들어섰다. 네비를 따라갔는데 네비도 괜찮다 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게 일방통행길이다. 좁은 길에 트럭과 그 뒤에 일렬의 차들이 있는 거다. 난 R기어를 놓고, 후방카메라를 보며 후진을 백여 미터 한 것 같다. 운전시작한 이래 이리 긴 후진은 첨이다.
드디어 갓길처럼 넓어진 길이 나오고 내 옆으로 트럭과 차들이 지나갔다. 그중 차 한 대가 서더니, 머리가 허연 아저씨가 차문을 내리라 수신호 한다.
"이 차도 돌려 넓은 곳으로 나오세요."
차분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안내해 주셨다. 낯선 길에서 후진한 나를 도와주고 싶으셨던 거다. 차들이 다 지나가고 나도 차를 돌렸다. 네비는 다른 경로를 안내해 줬다.
난 서울에서 운전을 배웠고, 거기서 운전했다. 차를 판 여러 가지 이유는 거리에서 거친 말이나 표정을 많이 봐서다. 서울에선 운전하기 싫다. 여유 없고, 급한 사람들이 많은 분위기가 싫다. 그래서, 지방에 올 때만 쏘카를 빌려 운전한다. 여유 있고, 한가하게.
이번에 구례와 하동을 운전하니 이곳 사람들은 보행자에게 양보도 잘하고, 여유 있게 운전한다. 그런데, 이런 황당한 사건에도 안내받으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운전하면서 계속 울었다. 이렇게 느리게 여유 있게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아니 그간 급하게 산 게 힘들어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느리게 사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생각에 속도에 지쳤던 내가 힘든 게 터져 눈물이 났다.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