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 위해 귀촌을 한다
난 서울에서 태어나 운 좋게 인서울 대학을 나왔다. 직장도 서울에 많아 서울에서 다녔다. 보통 지방에 고향인 대학동기들을 보면 학교에 진학하려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온다. 독립생활을 하고, 서울 라이프에서 만나는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며 어른이 된다. 반면, 나는 서울을 떠날 이유가 없어 그런 경험을 못했다.
난 싱글이다. 지금 내 기질을 알고 나니 싱글로 사는 게 너무 잘한 선택이다. 서울은 주거비가 비싸고, 돈도 많이 안 벌어 집 한 채 서울에서 살 돈이 없다. 그래서, 생활비를 엄마에게 주며 엄마랑 산다. 엄마는 주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말도 하기 전에 주신다. 나이가 80을 바라보고 계셔도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다.
에니어그램으로 보면 엄마는 2유형,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약자를 잘 보살피지만, 그 약자가 성장해 강해져야 할 때도 보살펴 약하게 만든다고 한다. 난 4유형, 예술가형인데 나만의 세계에 몰입하느라 몸을 움직여하는 일에 느리다. 그러니 성격 급한 엄마가 다하신다. 엄마랑 살면 장점도 있지만, 서로의 습관 때문에 단점도 있다.
지리산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고, 구례 식재료가 나에게 포만감을 줘서 구례 귀촌행을 선택했다. 반면, 내가 독립적으로 사는 어른이 되고 싶어 간다. 내 꿈은 텃밭에 내가 먹을 채소정도는 키우고 싶은데, 엄마처럼 텃밭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도전해 보련다. 지리산의 지기가 나를 도와줄지도 모르니까.
죽기 전에 내 힘으로 사는 어른이 되는 게 꿈이다. 엄마 돌아가시기 전에 이뤄야 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