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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인미나니 Oct 07. 2019

학교 공부 vs 인생 공부

우리의 학교 공부는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영화 '언 애듀케이션'인트로


영화가 시작되고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과 운동장을 뛰어노는 모습, 공부하는 한 학생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수학공식과 화학식들이 나옵니다. 경쾌한 BGM과 달리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지루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때는 1961년 2차대전이 끝난 지 16년 뒤 이자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가 결성된 영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2차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화된 미국의 동맹국을 재건하기 위해 시행한 전후 유럽 부흥 계획인 미국의 마셜플랜에 힘입어 서유럽은 전례 없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었죠. 영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주인공 제니는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부모님, 특히 아빠의 무조건적인 옥스퍼드 입학과 공부 찬양에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취미로 첼로를 연주하지만 아빠는 학교에서만 가르치는 첼로 수업만 허용하였고 제니가 좋아하는 프랑스 노래는 듣거나 부르지 못하게 했습니다. 당연히 주말에 여행은 꿈도 못 꾸었죠.

사실 이 당시 영국에는 ‘여자는 결혼만 잘 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라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자기보다 잘 사는 집으로 시집을 가는 것 말이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 중에는 고학력자가 되어서 중산층 집안의 남자에게 관심을 끄는 것입니다.


여주인공 제니

그렇게 공부만을 쫓다가 하교하던 어느 비 오는 날 제니보다 20살은 많아 보이는 한 남자가 스포츠카를 몰고 제니 옆에 나타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제니의 첼로를 비에 젖지 않게 차에 실어서 대려다 주겠다는 구애를 하고 제니는 넘어옵니다.


이날 이후에도 데이비드는 제니를 꾀어 내어 파티에도 가고 경마장도 가고 여행도 다닙니다. 어찌 보면 제니에겐 일탈의 시작이겠죠. 하지만 제니는 아빠가 말하는 스펙에 도움이 되지 않는 첼로 연주회에도 가보고 책에서만 보던 미술품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도 하고 제니에겐 이상적 세계인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면서 지난 십수 년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과 이성을 키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돈 많은 남자와 돌아다니다 보니 공부만 하는 친구들, 학교 숙제나 봐주는 선생님들, 학교를 관리하는 교장선생님이 하찮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학생이 선생님에게 막말을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지만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책만 보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무엇을 느끼며 살지 알 수 없다는 것에 공감되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와의 데이트로 꿈같은 날들을 보내는 제니를 보면 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만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 반전은 영화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니가 다니는 학교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하려는 말은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과 비슷한 1960년대 영국의 교육이 정말 교육인가? 하는 것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문제를 정해진 시간에 빠르게 푸는 것이 교육인가? 말이죠. OECD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중하위권을 유지하고 초등학교를 입학한 뒤 알파벳을 배우는데 1년, 덧셈 뺄셈하는데 1년, 덧셈 뺄셈을 완전히 깨우치지 않는 한 곱셈은 배우지 않는 교육과정으로 공부 못하는 나라라고 불리는 나라가 있습니다. 어딜까요?


바로 2018 세계 경제포럼 세계 경쟁력 지수 3위를 차지한 독일입니다.

(1위 미국, 2위 싱가포르… 15위 한국)


독일에서는 초등학생이 사칙연산을 배울 때 기본 원리만 알려줄 뿐 외우게 하거나 꼼수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손을 쓰던 발을 쓰던 도구를 쓰던 해서 공식을 이용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직접 계산해서 깨우칠 때까지 어른들은 지켜볼 뿐이죠. 또한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질문권을 침해하지 않게 선행학습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 학생들은 무조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이 있는데 자전거 면허와 수영 자격입니다. 지식만큼 중요한 것은 안전과 여가라는 교육철학이 있기 때문이죠.


독일은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합니다. 왜 독일은 이런 교육 철학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한때 독일은 주입식 교육 제도와 경쟁적인 학습법으로 유명했습니다. 이 덕분에 산업발전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죠. 하지만 학생들은 자라나서 경쟁의식과 우월주의로 쩔었고 결국 이들이 커서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인종차별과 광기로 물든 나치당은 유대인을 학살하기에 이릅니다. 전쟁 후 독일은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로 얻은 것은 교육이었습니다. ‘1등이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경쟁해서 한두 명이 잘나가는 것보다 다 같이 힘을 합치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라고 말이죠. 


독일의 한 대학교 졸업식


영화 언 애듀케이션은 왓챠플레이와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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