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엄마 Mar 02. 2023

아이 질병, 학교에 꼭 알려야 할까?

아이가 아픈 것보다 무서운 건 선입견과 편견

아이는 오늘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케톤식이를 하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급식을 먹을 수 없어서

점심은 집에서 먹이고 다음 수업 시작 전까지 다시 보낼 테니 정문으로 보내달라고,

새 담임선생님께 간곡히 부탁드리는 편지를 보냈다.


우린 아이가 아팠고 치료중인 사실을 꼭 알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매년 3월 새학기가 되면 소아 뇌전증을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한다.

꼭 학교에 알려야 할까...?

관련 카페에 이런 글이 올라오, 그럴 때마다 의견은 반반으로 갈린다.


굳이 알릴 필요 없다 vs 미리 알려야 한다


괜히 알렸다가 선생님에게 선입관과 편견만 갖게 하는 건 아닐까.

아이 친구들이나 엄마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돌지 않을까.


고민되는 그 마음을 백 번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오픈했다가 상처를 받는 아이와 부모들이 많고,

아이의 질병을 선택의 여지없이 알릴 수밖에 없던 나 또한...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알렸다가 상처받는 일이 생길 때가 분명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증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오픈하지 않는 부모님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보다 득이 많아서

학교만이라 오픈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뇌전증은 약으로 충분히 경련을 막을 수 있고, 완치까지도 할 수 있는 질병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보니 차별 받는 경우가 많다.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병명이 바뀐 지도 10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간질'이라는 용어를 쓰는 곳도 많고, (의사들 중에서도 '간질'이라는 용어를 쓰는 사람이 있다)

'뇌전증' 하면 무조건 쓰러져서 몸을 떠는 대발작만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소아 뇌전증에는 주로 수면 중에만 나타나는 롤란딕 뇌전증도 있고

마치 틱처럼 몸을 움찔하는 근간대 뇌전증도 있고,

멍 때리듯이 몇 초 동안 잠시 멈추는 결신 발작도 있다.


그런데 옛날에는 지랄병이라고 불릴 만큼, 오랫동안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진 질병이다보니...

선입견과 편견으로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종종 생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대기를 하다가 입학 가능 전화을 받더라도

아이가 아픈 사실을 오픈하면 부담스러워하며 거절 당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기관 생활을 하다가 아이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해는 되지만...

그런 일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언제쯤이면 감기처럼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뇌전증으로 고통받는 가족과 환자들이 부정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치료에만 집중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3개월 만에 재발한 경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