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뉴그레이레이디 x 크로커다일레이디
와디즈에서 아빠 프사 바꾸기 대작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300분 가까이의 아버지들을 꾸며드렸다.
그때마다 항상 "엄마 버젼도 꼭 열어주세요"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늘 고사(?)했다.
이유는
1. 남자 버젼을 하면서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2. 우리의 전문영역이 아니고 여자의 패션은 남자의 그것과 다르게 방대하고 다양해서 체계화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3. 대부분 한국 중년 남성은 본인만의 패션 스타일이 없다.. 백지상태여서 기본을 잘 지킨다면 대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다. 반대로 여성 분들에게 우리의 스타일을 대입한다고 했을 때 모두를 만족시킬 자신이 없었다.
여자 패션에 있어서 스타일링을 하는 법, 옷 소싱, 공간 확보 등 하려면 처음부터 챙겨야 할 것 이 많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새로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점차 하게 됐다.
우선 정말로 너무너무너무 많은 요청이 들어왔다. 그리고 대한민국 아저씨들을 메이크오버해드리는 일을 했지만 단순히 그 아저씨만 다루는 게 아니라 가족을 다루게 됐다. 아무리 아빠가 주인공인 날이지만 항상 사모님은 현장에서 소외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가족사진을 찍을 때도 갭이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느낀 건 대부분 일반적인 대한민국 가정에서 남자에게 옷을 사주시는 실세는 사모님, 그리고 따님이었다. 엄마들과 적이 되면 안 됐다. 아저씨들이 꾸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우리의 아군으로 만들어야 했다. 하고 싶은 개인적인 '마음'과 비즈니스 차원의 '명분' 도 생겼다.
남자 버전을 하면서 그동안 좋은 브랜드를 많이 만난 덕에 우리까지 함께 클 수 있었다.
우리 케파로는 못 해볼 오프라인 생사, 영화 사전 광고, 여행 콘텐츠까지 1년 동안 많은 작업을 했다.
앞으로도 있을 브랜드 콜라보 작업을 위해 우리는 어떤 브랜드, 어떤 파트너들과 함께 일을 하면 좋을까
기준을 세워야 했다.
브랜드는 지극히 개인을 닮아있기 때문에 기준을 세움에 있어서 나의 철학이 그대로 대입이 된 경향이 있다.
좋은 브랜드의 기준은 우리와 결이 맞는 브랜드이다. 잘 나가고, 힙한 곳만이 아니라 (잘 나가는 것, 힙한 것도 사랑함)
결이 맞다는 것은, 편을 가르는 곳이 아니고,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면 좋겠고, 이걸 사세요가 아니라 이렇게 살아보세요 라고 메시지를 주는 곳이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모든 브랜드를 포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된다. 그 브랜드에 얹혀서 기생하는 것이 아니라.
또 많은 콜라보를 하게 될 텐데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고민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많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이 해서 '소비' 된다는 느낌보다는
꾸준히 해서 이야기가 '쌓인다'는 느낌을 만들고 싶다.
그렇기 위해선 메이크오버 콘텐츠는 스테디셀러가 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1. 담당자의 메일에서 진심을 느꼈고,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메일 덕에 위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든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2. 주변에 물었더니 너무 올드한 브랜드 아니냐고.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듣자마자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 다짐했다.
보통 그거 하면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돼, 거기랑 하면 안 돼 라고 하면 너무 하고 싶어 지는 청개구리 스타일이다.
왜냐면 항상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언제나 기회가 있어왔고, 다른 곳을 그렇게 하던데, 원래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는 곳과 것에 위기가 널려있기 때문이다.
3. 구찌가 젊어지고, 휠라가 젊어지고, 코오롱 스포츠가 젊어지듯 크로커다일레이디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물론 살짝 다르다)
4. 대한민국 1등 여성 캐주얼 브랜드이다.(500개 정도 되는 전국 매장, 2500억 수준 매출)
5. 뉴발란스를 비롯한 어떤 브랜드와 콜라보 할 때도 인정 안 해주던 안종임(엄마) 여 가사 드디어 아들 사업하는 걸 인정해주는 계기가 됐다. (크로커다일레이디 짱)
6. 5처럼 누가 보기에는 올드하지만 누가 입었을 때는 메이커(어른들말로)이다. 더 사랑받을 수 있다.
7. 찍고 보니 메이크오버 사전 모델이었던 우리 이모가 우리 동네 모델, 셀럽이 됐다.
가능하다면 힘을 잃은 로컬 매장에 힘을 불어넣는 캠페인으로 발전될 수 있어 보인다.(또 함께해요..)
마치 크로커다일 점주는 동네 패션 핵 인싸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