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현이는 왜 굳이 무리해서 카페를 차렸을까?
이남건, 유대영과 우리집 3층에서 일을 했다. 당시 3층은 에어비앤비를 운영중이었다.
주로 거실에서 일을 하며, 게스트들과 부대끼고 중간중간 대화도 섞어가며 일했다.
여름에는 거실에 에어컨이 없어, 방이 비면 에어컨을 켜고 방안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기분 내고 싶을 때는 집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반년을 보냈다.
언제까지 이렇게 쓸 수 만은 없었다.
새로 인턴 두 명이 들어오기로 했고, 페이스북 메시지로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한 친구, 알고 지내던 학교 동기까지 총 7명이 일을 할 공간이 필요했다.
여기서부터 내 논리, 아니 합리화가 시작된다.
1) 7명 수용가능한 공간 필요
2) 커머스 누끼컷 촬영 , 물건 보관할 공간 필요.
3) 헬로우젠틀 아이콘 전00씨가 바리스타니까- 그 분 일자리 만들어 드리기+수시로 촬영가능한 환경
4) 우리 집 지하, 단란주점 때문에 건물관리가 안되고 있는 상황->내가 들어가서 건물도 정비
(그래 난 건물주 아들이다. 이 썰은 담에 풀도록 한다. 그닥 낭만적이지 않다.)
5) 지하 40평 월세 80만원 , 밖에서 7명 수용 공간 얻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하며, 넓은 공간
6) 커피 팔아서 월세 정도는 카바 하겠다는 개 미친 나이브한 생각
7) 실리콘밸리 두 번 다녀온 난 , 커피 내려먹고, 중간에 낮잠도 자는 그런 힙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음.
지금 다시 봐도 나름 리즈너블하다. 자금처가 확실햇다면..(뭐야 이게 제일 문제아니냐?)
나는 어떤 미친 교수때문에 무리해서 자금을 친척에게 빌렸다. 그리고 돈이 들어올거니...시작했다.
커피,카페사업을 1도 모르는 체로...
우리 오피스겸, 카페 헬로우젠틀이 들어설 공간은 어르신들의 단란한 주점이었다.
곳곳에 바퀴벌레님들과, 쥐들이 사망해계셨다. 냉장고에는 썪어가는 생선들, 곰팡이로 즐비했다.
정리를 시작했다. 철거도 시작했다. 저 주황빛 노래방의자 폐기물 처리, 방음재를 떼어내고, 석면(?)같은 것 제거하고, 이상한 벽지를 제거했다. 고생많이했다. 이남건, 유대영에게 감사하다. 같이 도와준 이모부께도
철거를 마친 후 기본 천장공사, 설비, 전기 공사들이 진행됐다. 그리고 페인트작업을 시작했다.
40평 아니 주차장까지 50여평의 공간을 하얀색 페인트로 다 발랐다.
을지로에 나가 조명을 사고, 대림바쓰 변기를 샀다. 데코타일을 사고, 공사를 맡겼다. 싱크대 사고,
커피머신, 그라인더를 샀다. 데스크를 샀다. 계속 샀다.
평생 먹을 막걸리 다 먹었다.
자 얼추 됐다. 고사 지내자
일단 패기 넘치게 효도 한답시고 월세 80에서 150으로 올려드리고 시작.
처음 인테리어 컨셉은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한쪽은 쇼핑몰 오피스가 교묘하게(ㅋㅋ...챙피하다) 어울러있는곳(저기 배경지 보이시나) , 한 쪽은 벽돌을 컨셉으로 공간을 꾸몄다. 책상 안 사고, 위에 판자는 주어다가, 철문 띄어다가 상판 삼고, 다리를 벽돌로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용은 줄었지만 막대한 우리의 노동력이 들어갔다. 다시 한 번 이남건 , 유대영 감사하다.
구원투수의 등장. 그레이맨션 형님이 도와주셨다. 대대적인 리뉴얼을 감행했다.
중간에 바리스타로 있던 우리 아이콘과 정말..정말.. 정말 큰 트러블도 많았다.
그 중간에 껴서 커뮤니케이션도 해야 됐고, 지원사업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큰 싸움이 나기도 했고.. 하..힘들었다...
여튼 우여곡절 끝에 메뉴도 바꾸고, 내가 직접 커피를 타야되는 상황이 와서 머신 사용법도 배우고, 또 신사동에 커피 레시피를 배우러 다녔다. 인테리어도 다 뜯어 고쳤다. 원두도 앤트러싸이트로 바꿨다.
나름 성공했다. 아니 정확히는 가능성을 조금 봤고, 공부를 한 것에 가깝다.
순전히 그레이멘션 형님의 인스타 영향력으로 모객이 되었다. 제주도에서 온 손님, 멀리 수원,인천에서 온 손님들, 블로그마켓하는 누나들, 가오픈 가게만 다니는 힙스터들, 팔로워 10만 단위의 인플루언서들도 우리가게에 찾아왔다. 뜨문 뜨문... 차라리 바글바글 했으면 돈 버는 맛이라도 느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건 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밤에는 물건 떼러 동대문도 가야돼고, 사업계획서도 작성하고, 직원들이랑 회의도하고, 할아버지랑 사진도 찍어야하는데... 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이제는 내 몸도, 마음도, 돈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더 끔찍한 이별을 막기위해 마지막까지 발악해야했다.
들어오기로 했던 자금이 막혔다. 접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월세 150만원 + 공과금 30정도 되는 200만원가까이 고정비를 벌어내야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카페였던 공간을 파티룸으로 살짝틀어서 에어비앤비와 스페이스 클라우드에 올렸다.
다행스럽게도 바로 예약이 차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주로 파티룸 손님이 많았다. 평일은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해 들어오는 촬영손님으로 커버했다.
풀부킹은 아니었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의 전시회, 영화촬영, 매거진 촬영, 체리코코같은 대형 쇼핑몰의 촬영등으로 채워졌다.
150만원~200만원 수준의 매출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6개월 정도를 버텨냈다.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쉽지 않았다. 주로 단란주점, 술집 문의가 많은 공간이었다카페 인테리어를 권리로 인정받기에는 카페로서 자리가 너무 좋지 않았다. 부동산 114니 각종 플랫폼에 올렸고, 연락은 자주 왔다.
주로 신축빌라와 교환건 문의가 많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신축빌라 2억짜리를 내가 대출을 받고 산다.(2억에서 내 가게의 권리 + 보증금 차감 한 금액을 대출) 그 대출 이자는 부동산에서 다른 월세 임차인을 구해 상쇄한다. 가 기본 원리다.
그래서 포천에도 내 빌라가 생길 뻔 했다..... 너무 급해서 할 뻔 했다....
결국은 상가전용 플랫폼 네모 통해서 좋은 임차인을 만났고 손해는 많이 봤지만 적당한 금액에서 거래 성사했다. 카페사업으로 시작했다가 부동산 산업까지 대충 훓고 나왔다 ;;
-인테리어, 시공
-커피,원두,카페사업
-오프라인 베이스 비즈니스의 sns마케팅
-파티룸사업, 스튜디오 대관
-상업용 부동산 임대
배웠다.
위의 것들 말고 비싼 수업료(빚)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배운 것은
이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 지 불행한 지를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카페사업을 아예 안한다고는 말 못 하겠다. 다만 내가 10시간이상씩지키며 커피를 타고, 청소를 하고, 고객을 응대하고, 인스타그램을 관리하는 카페 사장님 일을 할 일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안 맞다. 해당 사업과 사업가의 성향에도 핏이 있는 것 같다. 카페 운영의 경우 상당히 꼼꼼해야하고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 화장실 청소, 바닥청소, 원두준비, 과일청준비 등 정해진 루틴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그럼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확장하고, 알리고, 크리에이티브한 기획을 하고, 글로벌을 꿈꾸고,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그런 일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여러분 카페차릴 생각은 접어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