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간다 프로젝트, 별무리학교
“처음으로 장사를 해보는 거라서 불안했다. 잘 할 수 있을지, 큰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수요일이 되자 망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제일 짜릿했던 것은 첫 번째 손님을 받았을 때다. 드디어 시작한다는 생각에 기쁘고 짜릿했다. 가장 기억에 가장 남는 순간은 첫 손님을 맞이할 때였다.”
“주문한 음식 재료가 안 오면 어쩌지? 음식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우리 가게 음식이 잘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한편 다른 팀 음식이 정말 맛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된다. 걱정이 70%, 기대가 30%이다. 그래도 맛있는 튀김도 먹고 분식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다. 제발 잘 되기를…”
“우리 팀은 무엇을 팔까 고민하다가 닭꼬치랑 웰치스 음료수를 팔기로 했다. 그리고 ‘닭 꽂아드립니다!’라는 제목을 가게 이름으로 했다. 영미랑 주현이는 꼬치를 굽고 나랑 정우는 계산을, 서민이랑 오현이는 계산을 도와주거나 웰치스를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영미이랑 주현이는 꼬치를 굽느라 우리 조에서 가장 고생한 것 같다.”
두 번째 별이간다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7학년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처음이기에 많이 떨리는 모양이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게 표정과 행동에서 읽힌다. 얼굴은 굳어있고 손은 빨라지고 발은 복도 위를 떠다니는 것 같다. 손님 맞을 준비 하느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미래의 사장님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다.
별이간다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 1인당 1만 원의 가상 머니를 주고 창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별무리학교의 창업 계획서는 좀 다른 점이 있는데 수익 창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익금을 정의롭게 쓰도록 고민하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이익을 거두어도 정의롭게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마트에서 요구르트 100개를 사서 수고하시는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에게 준다는 정민이, 밀가루를 사서 직접 쿠키를 구워 어린이집 선생님에 준다는 민지, 예쁜 팔찌를 만들어 놀이터와 공원에 나가 팔아 노인정에 기부하겠다는 상민이의 계획서를 보면 정의롭게 쓰는 샬롬의 정신을 잘 읽을 수 있다. 이렇게 훈련하고 나서 본격적인 조별 창업 계획서를 작성한다. 이때부터 시끌벅적해진다.
7학년은 47명이다.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주방장을 선출하는 일이다. 자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도 친구들의 선택이 있어야 한다. 주방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이 무척이나 치열하다. 선출된 주방장은 한 명을 부주방장으로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을 주었더니 서로 자기를 데려가 달라고 손을 높이 치켜든다. 한 사람 정도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어야 일하는데 편안할 것 같아서 지목하는 것을 도입했다. 한 조에 6명씩 배정하고 나면 이제부터 정말 바빠진다. 주방장은 각자의 역할을 배분하고 할당받은 6만 원의 창업자금을 가지고 계획서를 세운다. 먹어본 음식 중에서 맛있었던 메뉴를 찾고 집에 가서 요리 연습도 해본다.
메뉴 선정이 끝나면 재료비를 산정하고 단가와 수익률 계산한다. 미리캔버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멋진 홍보지와 메뉴판도 만들어서 쉬는 시간에 교실 이곳저곳을 다니며 홍보도 열심히 한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필요한 요리 도구를 각자 집에서 가져오는 일이다. 이때 교사가 도와주지 않으면 빠뜨리는 물건이 상당히 많기에 나중에 요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힘들어질 수 있다. 일주일에 두 시간 든 수업 시간에만 준비하는 것으로는 시간이 모자란다. 결국 점심시간이나 자율 시간에 짬을 내서 조별로 모여 토론하며 준비한다. 그래도 스스로 주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하기에 학생들은 힘들지만, 행복해한다.
“혹시 부탄가스 여유 있는 사람 있니?”
“종이컵 좀 빌려 줄 수 있는 사람?”
“샘~! 어쩌죠? 엄마가 전기후라이팬을 못 빌려준데요.ㅠ.ㅠ”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했어도 행사 당일에는 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갖가지 민원을 해결하느라 교사도 구름 타고 다니는 듯 바빠진다. 응급 콜에 다 응대해 주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 도움을 구하고 해결해 나간다. 교실에서라면 배우지 못했을 문제해결력을 이렇게 배워 나가니 뿌듯하다.
“재료 준비하는데 콜팝 양을 잰다고 저울도 가져왔지만 준비하지 못한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단톡방도 만들었는데 막상 일하다 보니 실 투성이었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당황했는데 그때부터 주문 실수가 연발했다.”
“예산이 6만 원이었는데 재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예산에 못 맞출까 봐 걱정 되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여러 가지 좋은 아이디어들을 내줘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별이간다는 “별무리 학생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들고 간다”의 줄임말이다. 작년에 7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처음 시작했다. 프로젝트 후원금 160만 원을 모아서 한국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난민과 아이티 지진 피해자들에게 전액 후원을 하였다. 올해는 두 번째 맞이하는 행사인데 몽골의 어려운 이웃들이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석탄과 밀가루를 사는데 사용되어진다. 학생들은 몽골이 어떤 나라인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조별로 몽골 리서치를 먼저 하고 발표해 본다. 그렇게 몽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올해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후원자들 덕분에 150만 원을 모아 후원할 수 있었다. 몽골 가정을 직접 돌아다니며 석탄과 밀가루를 나눠주는 선교사님을 초청하여 몽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후원금을 전달했다. 별이간다 프로젝트를 멋지게 마무리한 학생들의 깨달음은 과연 어떨까?
“별이간다 프로젝트가 좋은 이유가 있다. 우리가 라면을 팔아 돈을 번 수익금 전액이 몽골에 기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몽골에 밀가루와 석탄이 지원된다는 것이 뿌듯하다.”
“별이간다 프로젝트를 하고 나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그냥 놀고먹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마냥 즐거웠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이런 힘든 일을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는 것에 조금 숙연해졌다. 또 프로젝트를 하며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기획하고 음식을 만들고 파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정말 보람차다.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었는데 친구들이 잘해 내서 놀라웠다.”
“우리의 이 일이 다른 이웃들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작아 보이는 일이기도 하고 그저 학교 행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도움이 되는 것이 보람찼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판매를 다 마친 우리 팀이 자랑스럽기도 했다.”
“우리가 일한 만큼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돈만 기부했다면 그것으로 끝났겠지만, 우리가 직접 음식을 팔아서 몽골에 기부하니까 훨씬 더 자랑스러웠다.”
“다 같이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함께 만드는 경험을 해보니 조원들을 배려하는 법을 알게 되고 의견을 맞춰가는 것을 배웠다. 우리 조 친구들이 주방장 말이랑 내 말을 잘 존중해주고 따라줘서 고마웠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보니까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번 돈이 몽골 가정에 석탄과 밀가루를 후원한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별이간다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다양한 역량을 발견하고 조금씩 키워나간다. 팀원들이 하나 되어 의견을 내어 계획하고 반성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메타인지 능력 향상은 물론 자기 주도적 능력과 창업 역량을 높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익금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고귀한 것인지 학생들이 토론하여 직접 전달하며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경제적 샬롬을 배우게 된다. 나만의 이익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유익을 위해 기꺼이 땀과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힘든 과정을 멋지게 마무리한 학생들이 자랑스럽다. 몇 달 사이에 눈에 띄게 확연히 성장한 것이 보인다. 10년, 20년 뒤에 야놀자, 요기요, 배달의 민족을 뛰어넘는 멋진 스타트업이 이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별무리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