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송길영)
나는 앞으로의 생존에서는 조직에 속하는 것보다 ‘개인’이 바로 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오고 있었다. 내 삶의 과정이 조직에 속하여 생존을 추구해 온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밖에서 살아남기란 조직 안에서 버텨내는 것보다 난이도가 거의 몇십 배로 상승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사회 구조 자체가 개인으로서 살아남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나는 ‘개인’이라고 표현을 했지만, 이 책에서는 그 개념을 ‘핵개인’으로 표현하였다. 나는 이 ‘핵개인’의 개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핵개인의 사회란, 이제 우리 사회가 전 세계적으로 너무 쪼개지고 흩어져서 ‘집단’의 큰 느낌보다는 ‘핵’처럼 작은 단위로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다. 우선,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가족이 멀리 있기도 해서, 가까이 있는 사람들끼리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의지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일적인 면에서도 AI가 발전하면서 오랜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나 선구적인 발견과 시도가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핵개인’의 삶이란, 내가 지금껏 추구해 왔던 방향성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책이 말하는 바는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 AI로부터 전문성을 위협받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개개인의 서사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서사란, 오랜 시간과 진정성이 투자되어야만 만들어지는 산물이고, 이것은 아무리 AI가 발달하더라도 AI가 범접하기 힘든 부분일 것 같다. 사람들은 진정성 있는 사실 기반의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AI가 아무리 진정성 있는 서사를 만들어내더라도 그것은 어차피 가공된 서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가 중요한 것은 알겠다. 하지만, 이런 서사로 핵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기반을 다져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그 부분은 아마도 독자 개개인이 찾아내보라는 숙제로 남겨둔 것 같았다.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서사를 콘텐츠화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까지 끝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어떻게 나눌지를 끝없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누군가는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할 테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나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시대는 개성의 시대라고 한다. 나보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집단이 중요했던 관습적이고 권위적인 시대에서 개성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개인을 드러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핵개인으로서 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 나는 과연 어떤 나만의 서사를 세상에 펼쳐낼 수 있는지 더욱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