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의 일기
고양이는 구토를 잘 하는 동물이다. 캣타워 오르다가도 우왁 하고 사료토를 한다. 분수 뿜듯이.. 꿍이는 드물게 구토를 거의 안 하는 고양이었다. 그 흔한 사료토나 헤어볼토도 없었고, 토를 하면 꼭 화장실 발판이나 화장실에 했다(..!). 다만 신부전을 앓고 나서는 사료토도 많아졌고 아침에 밥을 늦게 주면 물을 토하는 투명한 공복토도 종종 하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6일 저녁에 한 핑크색 토는 난생 처음 보는 거였다. 찾아보니 위염 등의 증상으로도 피가 섞인 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꿍이가 입이 짧은 편이긴 하지만, 아침에 습식을 깨작거려도 낮에 배고프면 건사료를 알아서 먹었었다. 그런데 지난 2, 3일 간 건사료를 거의 먹지 않는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배가 고파도 먹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날 밤 꿍이가 침대에 올라와서 내 옆에 누웠는데 뭔가 이상했다.
꿍이가 나한테 눈을 못 맞췄다.
사실, 하루 이틀 전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토요일에 원래 쓰던 소파를 처분하고 새 소파를 들이면서 가구배치를 바꿨다. 꿍이가 위치만 바뀐 캣타워에 올라가지를 못했다. 같은 날, 밥을 너무 안 먹길래 건사료 그릇을 거실로 옮겼다. 냄새를 맡고 다가가는데 아주 조심해서 다가가고, 다가가다 코를 꽁 부딪히기도 했다. 5일과 6일 연속으로 퇴근해서 집에 왔을 때 난생 처음 들어보는 소리로 우와아앙 울었고, 동공이 굉장히 확대돼 있었다. 그래도 행동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 골골거리는 녀석이 손가락으로 하는 코인사에는 반응이 없었다. 눈 앞에 손가락을 대고 흔들었는데, 반응이 없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거야 생각하면서 해가 나는 다음날 아침을 기다렸다. 다음날 아침이 돼 햇빛에 데리고 나가 눈동자를 보는데 여전히 크게 확대돼 있었다. 고양이는 빛에 따라 동공이 좁아졌다 커졌다 하는데 그 반응이 없는 거였다. 아침 7시에 그 사실을 확인하고 무릎에 꿍이를 올려놓은 채 한참동안 허공을 봤다.
13년 동안 나를 봐주던 그 눈동자에 이제는 내가 안 보인다. 꿍이를 마주보고 옆으로 누워서 꿍이 파란색 눈동자에 내 얼굴을 비춰보던 순간들이, 그러면서 꿍이한테도 내가 비슷하게 보일까 생각했던 시간들이, 이젠 더 이상 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벌어진 일을. 생각할 틈도 없이 8시에 병원에 전화를 해 간단히 당직 의사와 상담을 하고 입원을 결정했다. 이 정도 상태면 분명히 수치가 매우 높아졌을테니 당장 수액처치가 필요했다. 8시 반에 이동장에 꿍이를 넣고 택시를 잡아탔는데 가는 길에 구토를 하고 배변실수를 했다. 내내 울고, 개구호흡까지 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더 격하게 반응하는 건가 싶었다. 출근시간이라 차가 밀려 가는 길이 만리길이었다. 꿍이를 맡기고 바로 출근을 해도 이미 지각하는 시간이었는데.. 아무튼 꿍이를 맡기고, 수치가 안 좋은 건 불보듯 뻔하니 일단 24시간을 맡긴 뒤 검사를 해보기로 주치의와 다시 통화했다.
그날 밤에 집에 돌아와 라라만 데리고 잠을 자는데 문득 이런 밤이 앞으로 훨씬 더 많아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고 그냥 멍했다. 농담처럼 분리불안은 반려동물이 겪는게 아니라 주인이 겪는 거라고 했는데, 내가 딱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9월 7일 나의 일기는 이랬다.
동공이 계속 확대돼 있고 아무래도 이상해 병원에 데려갔다. 아침에 급하게 입원시키고 30분 지각. 경춘선에서 인사사고가 났던 것 같다.
오늘의 봉양 포인트: 고양이는 구토를 밥먹듯 하는 동물이지만 노묘의 구토는 건강의 적신호. 평소와 달리 구토가 많다면 단순 사료토라도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