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묘를 봉양하는 일

꿍이, 샴, 2009년 8월 생

by 넌더리




꿍이는 2009년에 태어났다. 그때 당시에는 길고양이를 입양해야 한다는 개념도 없었던 터라, 가정 분양으로 고려대 근처 남매가 자취하는 집에서 데려왔다. 10월에 데려왔는데 그때 3개월 정도 됐던 때니 나랑 같은 8월 생이다. 그 뒤로 쭉 같이 살았다.


이건 투병기, 봉양기(?), 그리고 아주아주 길어지기를 바라는.. 우리 고양이에 대한 미리 쓰는 오비추어리.




지난해 10월 이사 일주일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꿍이를 데리고 이사 전 검진을 받으려 동물병원에 갔다. 9월에 신장 수치가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의사 말대로 사료를 바꾸고 수액과 레나메진을 먹이며 나름대로 신경을 쓰던 중이었다. 차를 타면 매우 불안해하는 터라 이사를 위해 진정제 처방을 받고 싶은데, 신장이 좋지 않으면 약을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 사실은 약을 타는 게 진짜 목적이었다.


그런데 혈액검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런저런 조치를 했는데도 수치가 더 악화돼 있었다. 의사는 요관에 결석이 있는 것 같은데 이 병원에서는 확진이 어려우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일주일 뒤에 이사를 한다고 얘기하자 이사 갈 곳을 확인하더니 그럼 그 병원으로 전원이 되는 가장 가까운 2차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슬리퍼 끌고 티셔츠 차림으로 동네 마실 가듯 나온 병원이었는데, 그 길로 꿍이를 데리고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병원에 갔다.


결과는 역시나 결석으로 신장에 연결된 요관이 막혀 한쪽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한 채 거의 기능을 잃었고, 그 결과 과부하가 걸린 다른 신장도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수액을 하며 결석이 내려가길 기다릴 것인가, 인공 요관을 삽입해 소변이 신장으로 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은지 중에서 당장 결정해야 했다. 의사는 신장 상태가 좋지 않으니 신장이 더 망가지기 전에 SUB 수술을 바로 하길 권했다.


지금도 수술과 그에 따른 수익을 보고 한 결정이 아닐까 의심이 가긴 하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데 그걸 마다할 보호자는 없을 것이다. 당장 그 자리에서 수술을 결정하고 꿍이를 입원시켰다. 응급으로 바로 수술을 하기로 해 수술이 끝날 때까지 주변에서 기다렸다. 근처 식당에서 비빔국수를 먹었다. 낮에 검진을 가서 저녁 시간이었는데, 그게 첫 끼니였던 거 같다. 그제야 티셔츠 앞뒤를 뒤집어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토끼털 어묵꼬치를 아주 좋아하는 꿍이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꿍이 수치가 좋지 않다, 수술을 해야 할 거다, 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눈물도 났지만 황당한 게 더 컸다. 하필 이 타이밍에? 웃으면서 "다음 주에 이사 가는데, 이사 가서 거기서 오래 잘 살려고 가는 건데"라고 의사한테 말했었다. 살릴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생각은 굳이 다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했다. 그 이후로는 가슴은 찢어지듯이 아파도, 눈물이 난 적은 없었다.


SUB 수술을 받고 일주일 동안 입원했다 이사를 한 새 집으로 꿍이를 데려오던 때를 기억한다. 카카오 벤티를 예약했는데 차가 많이 밀리는 시간이라 아주 오래 걸렸다. 꿍이는 차멀미가 심해 차만 타면 토하고, 심하면 배변 실수도 한다. 그리고 차가 움직이는 내내 아주 아주 아주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건 운다,라고만 표현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근데 그날은 조금 울다가 내가 이동장에서 꺼내 안아주자 나에게 폭 안긴 채 아주 조용했고, 아주 가만히 있었다. 꿍이는 병원에 입원한 일주일 동안 내가 면회를 가서 손등에 발라주는 츄르만 받아먹었다. 가죽과 뼈 사이에 들어차 있던 근육과 지방이 죄다 빠져 살가죽이 아주아주 얇다는 게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도 여전히 보드랍고 따뜻하던 체온.


수술을 받으면 일주일은 코 줄을 해야 한다. 코 줄에 로열 캐닌 유동식을 1mm씩 아주 천천히, 물도 아주 천천히, 하루에 수백 미리를 넣어줘야 한다. 다행히 재택이 가능했던 시기라 옆에 붙어해 줄 수가 있었다. 성격이 급한 나는 처음에 유동식 넣는 속도를 조절 못해 꿍이가 토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1mm를 넣고 잠깐 다른 일을 하다가 또 1mm를 넣고.. 그렇게 하루 종일 일주일을 케어하자 그제야 다시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끌고 왔다. 지난달 말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했는데 수치가 수술했던 당시로 돌아가 있었다. 원래 정상치에 근접했던 수치가. 그때 처음으로 정말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일기가 9월 6일이었고, 그날의 일기는 이렇다.


공교롭게 일기를 쓰기 시작하기로 한 날인데, 꿍이 상태가 좋지 않다. 투명토를 여러 번 하고 맑은 핑크색 토를 한 것 같다. 원하는 때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건사료는 싫은 것인가.. 살에 탄력이 떨어지고 살이 빠진 상태. 아마도 나만 알 수 있는 어떤 미묘한, 뭔가 정상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일단 내일 병원에 전화를 하고, 목요일 오전에 맡길 수 있으면 맡겨봐야겠다. 수액은 85*2, 아조딜은 아직 배송이 안 와 급여 못함, 이파키틴, 레나메진 각 2. 이 기록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쓰기 시작했는데,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손이 아파서 일기를 많이 못 쓰겠다. ㅎㅎ 시간도 없고.. 그래서 브런치에라도 쓰기로.




오늘의 봉양 포인트: 나랑 10년을 넘게 산 우리 고양이, 쎄함은 싸이언스다. 느낌이 쎄할 때, 특히 노묘라면, 바로 병원으로 들고 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