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나요?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이 원하는 것이고, 원하는 것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나에게 쓸모없는 것들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언젠가 방 안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보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뒤로 만든 개인적인 습관이 물욕 목록을 쓰는 것이다.
물욕 목록 활용법은 아주 단순하다.
1. 원하는 것이 생기면 번호를 붙여서 목록에 적어둔다.
2. 개인 사정에 맞추어 시간을 두고 시간이 날 때 확인한다. (나의 경우 잠들기 전)
3. 충분히 검토한 뒤 원하지 않는 것은 목록에서 제거하고, 원하는 것이라면 구매한다.
Kit-Cat Klock은 건전지로 진자 운동하는 단순한 고양이 시계인데
처음 알게 된 건 2007년 해외 잡지에서였다.
단조로운 주방 벽에 붙어있는 바보같이 생긴 고양이 시계였는데 몇 번 보고는 그만 잊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2015년에 도쿄 모마 디자인 스토어에서 우연히 다시 발견했다.
가격은 1만 엔 정도였고, 당시 생활비를 아끼려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나로서는
엄청난 사치품이었기에 구입하지 못하고 몇 번인가 들락날락할 뿐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2022년.
나의 물욕 목록을 오랜 시간 지켜왔던 이 고양이 시계는 이번 작업실 오픈을 준비하면서
마침내 내 품에 닿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인은 나에게 왜 굳이 비싼 돈을 주고 벽시계를 사느냐고 물었다.
그렇다.
요즘에 건전지로 움직이는 10 만원 넘는 벽시계라니 웬 말인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가 지배한 지금, 전자시계도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날씨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고, 방수도 안되며, 약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서 떨어져도 박살이 나고 말 것이다.
게다가 건전지도 분기별로 갈아주어야 하니 정말 못난 시계다.
그래도 이 시계는 귀엽다. 얼마나 명쾌한가!
이것이 똑똑하니 경제적이니 친환경적이니 하는 머리 아픈 설명들은
귀엽다는 한마디로 깔끔하게 잘라낼 수 있다.
그리고 똑똑하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이 얼마나 시계다운가.
시계가 배송되고 작업실 싱크대에 시계를 걸던 순간
나는 드디어 나의 취향을 소비하는 성인이 된 것이 감격스러웠다.
p.s 킷캣 클락은 존나 시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