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

돌고, 돌고, 돌아가기

by 쑤쑤

직업이 없는데 내 앞자리가 바뀌었다. 아마 3으로.


와, 추워졌어요

더위가 다 가셨다.

일년은 열 두달이고 9월이 마지막 날이 지나면 기어이 두자릿수를 가진 달이 찾아온다.


n번째 인턴십, 그 33.3%가 막 지나가는 중이다.

공식적으로 몇 번째 인턴십인지조차 세기 부끄럽지만 정작 내가 하고싶은 직무로는 첫 인턴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내 나이도 스멀스멀 바뀌어간다.



수능과 꿈은 별 관계가 없었다

십여년 전, 재수생 시절 쓰던 스터디 플래너의 맨 뒷장엔 몇개의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국문과 가기, 지브리 스튜디오 가보기, 홍콩 여행 등등 대여섯가지의 리스트 맨 아랜 PD가 되고싶다는 어쩌면 한없이 어려운 꿈이 적혀 있었다. 만화 전문 채널 피디였다. 예나 지금이나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하고 싶었고 그게 2D이건 3D이건 상관 없었다.


조금 달라진 것은 10여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흐르는 동안 기술이 너무나도 많이 발전해버려 만화고 영상이고 시장의 패러다임이 조금 더 바뀌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 해 수능을 또 망쳤다. 하지만 조금 허무하게도 나의 버킷리스트 이루기는 맨 아래 하나 빼곤 1년만에 끝나버렸다. 홍콩도, 지브리 스튜디오도, 문학 전공도 생각보다 빠르게 성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언 십년이 지난 지금, 맨 아래 그 하나 버킷리스트를 이뤄보겠다고 아직도 달리고 있다.


취업의 의지가 있긴 하니?

없는건 아니었지, 근데.


평생 이루지 못할 꿈을 품고 후회하느니 어쩌구 이렇다기보다는, 이미 몇개의 회사를 거쳤다. 공기업이기도 했고, 연구소기도 했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IT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회사들은 내가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위주로 하는 산업도 아니었고 사업은 더더욱 아니었다.


"근데 후회는 안해요!"

어제 점심, 2주 전부터 잡아둔 식사 약속에 다녀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털어놓던 와중에 내 나이를 들은 모 팀장님께선 놀라셨다.


"제가 동안이긴 해요" 라고 웃으며 대답했지만 다시금 깨닫는다. 그치, 나 간당간당한 아니 어쩌면 이미 아웃일지도 모르는 나이긴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 십여년, 일련의 일을 토막토막 압축해 들려드렸다.


한때는 임용을 생각했던 일, 교생실습 후에 별 감흥이 없던 일. 트렌드에 미쳐 IT기업에 가본 일, 거기서 권유받았던 시험, 다 미루고 과감하게 선택한 영국행, 여행을 하도 돌아다녀 불법 체류자가 될 뻔했던 이야기에 귀국 후, 쌓아놓았던 것을 다 묻어두고 제로부터 시작한 공부까지.


하지만 후회를 하진 않는다. 아무튼 내가 나중에 PD가 되면 쓸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 아니야? 라고 종종 말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할 수 있는 일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올해 인턴 기자 체험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다를 수 있잖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엔 해봐야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