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요. 사극이랑 수사물. 네, 그거요.
어릴 적 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직업이 '진짜' 내가 하고싶은 일인 것을 깨달았을 때.
1. 꽤 늦었다. (30대가 코앞인 20대 후반이었다.)
2. 전공 외 관련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
다 놓을 결심
2022년 20대 중반도 막바지, 사실상 20대 후반. 더 늦지 않게 졸업을 해도 어쩌면 늦었다는 소리를 들을 즈음. 코로나는 만 3년을 훌쩍 채웠다.
남들은 이쯤되면 사회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나이었다.
하지만 …나는?
타인과 끊임없이 스스로를 비교해가면서도 나는 출국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라는 이모티콘이 카카오에 꽤 많았다)
K모 IT기업에서 일년 안되게 일을 하고 연말, 말일자로 업무를 정리했다.
당장 출국까지 보름 조금 더 남은 시점이었다.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가기로 했다. 로망은 프랑스였지만 난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고 내가 다니던 학교는 해당 국가 언어를 하지 못하면 지원하지 쉽지 않았다.
내 영어 성적으로 런던 시내 안쪽에 있는 유수 학교에 가긴 어려웠다. 물론 런던은 기본 생활비가 몇곱절이 더 들어서 함부로 결정할 선택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잉글랜드 안에 있는 손에 꼽을 수 있는 학부정도는 도전해볼만 했다.
그렇게 나는 영국 사우스 요크셔 주의 어느 대학으로 떠날 수 있었다.
몇년간 모아둔 돈과 IT기업에서 번 돈으로 여비를 마련했다.
학비와 항공료는 미래에셋 박현주재단과 롯데장학재단에서 받은 장학금에 학교 장학금을 긁어모으니
천만원을 조금 넘겼다.
영국 교환학생
대학 들어간 이래로 일을 하지 않고 처음으로 오롯이 쉰 때였다.
유럽을 쏘다녔고 막바지엔 노르웨이에서 불법 체류자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는데…
아무튼
1년을 채우지 못한 기간동안 영국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역시 내 미래였다.
"기자나 피디 시험을 보는건 어때요?"
영국으로 떠나오면서 직전 일터였던 IT기업 같은 팀 동료들이 내게 말했다.
나는 IT기업에서 언론 관련 팀에 있었다. 기자들이 문의하는 내용에 답변하고, 보도자료를 내보내는 팀이었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도 할 줄 알아야 하지만 기본은 역시나 글쓰기였다.
쓰고싶은 글을 쓰는 곳은 아니었디. 내가 먼저 글을 쓸 수도 있는 곳도 아니었다. 그래도 기사를 다룬다는 게 제법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가 영국으로 떠난다는 것을 알리며 마지막 밥을 먹을 즈음, 동료들은 내게 이른바 언론고시를 권했다.
당장 나는 영국으로 떠나야 했기에 그럴까? 라는 작은 생각만 품고 유럽을 쏘다녔다.
나 혼자뿐인 사우스 요크셔에 위치한 어느 기숙사에서 결론내린 고민은,
드라마를 하건, 만화를 하건, 그게 아니면 정말 기자 시험을 보아도
아무튼 나는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하고싶다는 거였다.
그리고 돌고돌아 귀국을 하면서 2024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언론으로 뛰어들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여동안 교육을 받았고, 여기저기 돌며 인턴 자리도 찾았다.
프리랜서 일도 해봤다.
3사를 비롯해 여러 PD, 기자 공채 서류부터 필기, 실무면접부터 최종면접을 거치고
지역사 시험을 보러 전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직도 어느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헤메고 있다.
뭘 어떻게 했는지, 어느 회사의 어느 전형에서 떨어졌는지 하나씩 곱씹어볼 시간이다.
그리고 내가 왜 기자건, 피디건 어쨌든 언론인이 되고싶었고, 어떤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하고싶었던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