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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ah Feb 16. 2022

표현의 자유

예전에 써놨던 글 아카이빙




미국 시카고 근처에는 스코키라는 마을이 있다. 그 마을은 이스라엘 밖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마을이 유명해져 나같은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까지 알게 된 데는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다.


70년대 후반, 네오나치 세력은 스코키에서 집회를 열기로 했었다.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이 모여사는 동네에서 네오나치가 시위라니. 일리노이주 법원에서는 집회를 금지시키는 판결이 내렸다. 여기서 끝났어도 나같은 사람이 스코키라는 마을에 대해 들어봤을리가 없다.


그러자 집회가 금지된 네오나치 세력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했고, 연방대법원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는 수정헌법 1조에 반한다는 이유로 항소를 받아들였다.


흥미로운 것은, 네오나치 세력을 변호했던 변호사가 유대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유대인은 '아무리 우리 말이 맞다 하더라도 생각이 다른 소수의 견해를 헛소리이기 때문에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견해가 소수가 되었을때 같은 이유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라는 이유로 본인도 네오나치 세력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에 변호를 했다는 말을 남겼다.


같은 7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는 역사적인 판결이 있었다면, 유럽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홀로코스트가 거짓이라고 우기던 프랑스 대학 교수가 해임되고, 법정에 기소되었는데 이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탄원서가 작성되었던 것이다. 노엄 촘스키 교수도 그 탄원서에 서명을 했고, 그러자 촘스키는 네오나치, 인종차별 주의자로 몰렸다.


훗날 촘스키는 그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 교수가 뭐라고 했는지 알지도 못한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데 그 내용을 따질 이유는 없다. 그가 반유대주의자고 네오나치 신봉자라 하더라도 그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해선 안 된다.' '이러한 규제는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들에게 안 된 일이다. 그들을 죽인 살인자들의 핵심 신조 아닌가.'


오늘 뉴스를 보니 국회에서 천안함왜곡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검토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오랜만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올바른 발언이 나왔다. 맞다. 천안함 폭침을 왜곡하는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고 위헌 소지가 있다.


대한민국이 진정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다면 표현의 자유는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치고 공산당을 찬양하더라도, 천안함이 북괴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의 소행이라 하더라도, 625 전쟁을 남한에서 먼저 일으켰다 하더라도, 세월호 아이들을 오뎅꼬치라 하더라도, 대구 지하철 사고 희생자들을 통구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하더라도, 북괴가 개입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 헛소리에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 그런 말을 뱉었을 때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을 자유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표현의 자유에도 책임이 있지만, 그 책임은 자신의 표현을 반박당하고,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이지 법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족쇄가 된다.


그런데 천안함왜곡처벌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하는 당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사람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표현의 자유는 일부에게만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촘스키의 말처럼, 그들을 괴롭혔던 살인자들의 핵심 신조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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