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스(Lagos) 화장실에서 마주친 반가운 말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할 당시, '라고스(Lagos)'에 머문 적이 있었다.
라고스는 정말 평화롭고, 온정이 가득하고, 섹시한 작은 동네라는 이미지로 여전히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 당시 작은 휴양지 마을에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었던 터라, 마을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기도 관심에서 벗어나기도 했었고.
다만 마치 나에게 ‘라고스는 이렇게나 좋은 곳이야!’라고 외치는 듯이 모두가 친절했기에 좋은 기억만 가득한 곳이다.
말하다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해, 마음속으로 라고스에 꼭 다시 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또 라고스에서 머물던 집에는 라고스다운 장식들이 많았는데, 특히 문구들이 적혀있는 나무 판 장식이 많았다. 하나 사 올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다음번 방문에는 사 와야겠다.
어쨌거나 머물던 집 화장실에서도 라고스 장식을 보았고, 그 나무 판에 적힌 문구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내 삶을 위한 약속과 너무나 닮아서.
그때 정성 들여 찍은 나무 판 사진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메신저 사진에 자리를 유지 중이다.
아마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적어도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늘 생각하고, 적당한 속도인지를 계속해서 묻고, 방향은 고민했던 대로 향하는지 계속해서 숙고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나 또한 그러는 것이니 유난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태어남에서 죽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삶의 다른 모든 것은 불확실해도 단 하나 죽음만은 확실하다.’
라는 사실.
누구나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솔직히 나는 몇 년 전까지 이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정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만 같은 기분에, 한동안 이 깨달음을 떠들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거 알아? 우린 모두 죽음에 가까워지면서 살고 있어! 생각해본 적 있어? 우린 죽기 위해 사는 걸지도 몰라! 하고.
종종 우리는 무한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같이 삶을 살고, 시간을 낭비하고, 감정을 소모한다.
내 삶의 방식과 방향에 대해서는 나름 바르다 자신하지만, 우연히 부여된 이 삶이 ‘유한하다’라는 것에는 깊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삶이 유한하다는 데에서 오는 가치를 깨달으면, 나에게 남은 시간을 까먹으며 숨을 쉰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놀랍게도 이 작은 것 하나로 많은 것이 바뀐다. 아니, 모든 것이 바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적어도 나는 과거에 매이고, 미래에 염려를 두는 것에서 훨씬 자유로워졌다. 그 대신 현재에 집중하고 충실한 만큼 더 깊이 삶을 사랑하게 됐다.
스스로에게 정성을 들이고, 한 번 스쳐 모를 사람이 아닌 내사람들에게 마음을 쏟고, 더 많이 웃고, 사랑하고, 솔직하게 살아내는 중이다.
조금은 철학적이고 조금은 구석기 같은 이야기일지 몰라도, 정말 그렇다.
그렇게 되었다.
한 번쯤 고민해봐도 좋겠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죽는다는 것에 대해서.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