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예슬 Jun 01. 2017

소나기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친구가 전학을 간다거나 이사를 갈 때면 다시는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반 친구들이 모두 저마다 길게 쓴 손편지 한 장씩 전해주며 눈물의 작별 인사를 나눴던 것 같은데. 집에 오는 길 공중 전화 박스에 들어가 새로 이사 간 친구 집으로 전화를 걸어 가끔씩 안부를 묻고, 그러다가 벌어진 거리 만큼 서로 간의 마음의 거리 역시 점차 벌어지고, 결국 그 친구는 나의 어릴 적 소꿉 친구라는 이름으로 마음 한 켠에 아름답게 새겨지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도 과연 그런 경험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서로 간의 거리가 무의미 할 만큼 원할 때면 언제든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얼굴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속 소녀와 소년이 공유하는 애틋한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관계에 있어 편리함이 커진 만큼 낭만은 줄어든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별은 너무 사소한 일이 되어버렸고, 관계는 너무 가벼워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떠돌이 행성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