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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Jun 01. 2017

떠돌이 행성들



요크(YORK)에서 리즈(LEEDS)로 돌아오던 버스 안,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노랠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을 세어보던 중 맨 뒤에 앉아 있던 커플이 옆자리로 옮겨와 말을 걸었다. 우리는 도착할 때 까지 영국의 성들과, 할 줄 아는 언어와 몇 가지 표현들, 그리고 종교를 대하는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 도는 묘하고 낯선 설렘과, 그럼에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유쾌한 편안함이 공존하였던 20여 분의 시간이 흐른 뒤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하였고. 우리는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그룹 허그를 나누었다. 언어 배우는 것을 좋아하여 거의 열 가지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CARL은 내가 방금 알려준 한국말로 '잘 가' 하며 내일 또 볼 것 처럼 손을 흔들었다.


진정한 여행의 매력. 서로를 전혀 알지 못 하는 낯선 너와 내가 만나 그 짧은 순간에 각자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 언제나 헤어질 땐 '언젠가 또 만나(I HOPE TO SEE YOU AGAIN SOMEDAY)' 하고 끝인사를 하지만, 아마도 살면서 다시 만나지 못 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내 앞에 서있는 사람, 그리고 그와 나눈 이야기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요즘 시대엔 페이스북을 비롯한 온갖 소통 창구가 있어 온라인으로 나마 친구를 맺고 안부를 전할 수 있으니 예전 보다는 조금 덜 할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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