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브런치 작가가 된 건 21년 초. 남편과 같이 매주 1개씩 글을 올리고 10개의 글을 채운 뒤 브런치 북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 휴식을 갖자 했던 게 시간이 이리 훌쩍 지나버렸네요. 여기서 글을 쓸 때는 자주 들어와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도 많이 읽고 했었는데 글쓰기를 멈추니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브런치가 마렵더라고요. 새해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 건지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공간에 다시 찾아 예전에 제가 썼던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남편과 여기서 글을 쓸 때 저희는 사실 안녕하지 못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부터 시작되었던 남편과의 싸움은 신혼 초 1년까지 계속되었거든요. 우리는 참 많이 다르다고 느꼈고, 브런치에 그 다름을 주제로 글을 쓰면서 서로를 이해해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저희 부부는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요? 브런치 글 연재 덕분인지 저희는 당시보다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괜찮은 부부가 된 것 같습니다.자주 다투는 부부에게 어느 카운슬링보다 브런치 글 연재를 추천합니다. (진심이에요.)
우리집에서 바라보는 노을지는 하늘
2022년을 돌아봅니다.
벌써 작년이 돼버린 2022년을 떠올리면, 제 양쪽 어깨를 감싸고 토닥토닥 칭찬해주고 싶어요. 잘 버텼다, 애썼다, 장하다 말해주면서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를 떠올리며 포스트잇에 하나하나 적어보는데 모든 월의 에피소드가 빼곡히 찼습니다. 1월엔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었고 4월엔 회사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6월부터 몸이 조금씩 아프다가 갑상선 항진증 그레이브스 병을 진단받았고, 그 와중에 7월에 이탈리아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며 몸이 더 악화되어 휴직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가족들, 친구들의 걱정과 응원 덕분인지 빠르게 회복했고 10월에는 4월부터 준비했던 사내 공모전에서 1등을 했지요. 네이버 블로그도 꾸준히 하면서 방문자수가 일 1,000명대에 안정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그 와중 아빠가 아프셨고, 뇌하수체 선종을 진단받으셨는데, 와 정말 사람 일이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결혼하고 가족들과 여행을 못 갔던 게 아쉬워서 태국 여행을 예약해둔 직후였거든요. 매일 퇴근하는 길에 아빠를 생각하면 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회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여서 친한 동료 몇몇에게 말한 것 외에 부서 분들에겐 말씀드리지 않았기에 힘들고 슬픈 티를 낼 겨를도 없었어요. 이런 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아빠는 수술을 잘 받으셨고 잘 이겨내셨고 지금은 많이 회복이 되셨습니다.
제게 2022년은 저와 가족이 아팠고, 그랬지만 잘 이겨냈고 성장한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7월의 이탈리아, 낮기온 38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토끼의 해라던데 그만큼 활기차고 신나는 한 해였으면 합니다. 제게는 건강이라는 중요한 미션이 생겼고, 건강한 것을 먹고 꾸준히 운동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커리어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 같아 성과를 잘 만들어야겠지만 회사일만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없기에 의미 있는 경험들 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주변 사람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세워봅니다.
그리고, 여기 브런치에서의 계획은요. 주 1회 글쓰기를 목표로 세우면 또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며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서 액션 플랜은 세우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를 잠시 쉬며 다시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집에서 해 먹는 음식들에 대한 에세이, 이제 신혼이라고 할 수 없는 결혼 4년 차의 부부 생활의 작은 에피소드들, 그리고 회사 생활을 어찌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그것입니다. 이 주제들에 대해서 제가 쓰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때 친구에게 얘기하듯 편안하게 글을 적어볼게요.
오랜만에 글을 쓰니 신나는 마음이 앞섭니다. 이 신나는 마음이 최대한 오래 지속되길 바라면서 새해의 햇살로 가득한 우리 집 거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