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꽃개는 나야 나.
두부의 견생에서 첫 번째 봄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2015년 3월의 어느 날, 퇴근을 하고 길을 걷다가 벚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앙상한 가지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괜히 기분이 설레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다. 이미 몇몇 사람들은 가로등에 비친 벚꽃을 찍고 있었고 몇몇 사람들은 어린 가지 몇 개를 꺾어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람들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가로등 아래 벚꽃 사진 몇 장을 찍고 사람들이 버리고 간 꽃가지를 하나 들고 집으로 달려왔다. 두부에게도 봄이 왔다는 것을, 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침대에서 자고 있던 두부에게 달려가서 "두부야 이게 꽃이라는 거야!"라고 벚꽃을 내밀었다. 호기심 있게 냄새를 맡고 탐색을 시작했다.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나서 일까? 한송이를 덥석 먹어버렸다. 난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고 두부는 쩝쩝거리면서 "이게몽데?"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만 볼 뿐이었다. 그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고 두부의 행동이 귀엽기도 해서 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침대에 엎드려 한참을 두부를 쓰다듬으면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두부와 봄을 맞이할 때마다 기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꽃이라는 주제로 짧은 시(?)를 적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짖은이는 지두부로 해서 꽃과 중성화한 두부의 신체적 특징(?)을 언어유희로 풀어서 썼는데 많이 좋아해 주셨다.
그중 몇 개를 적어보자면 이렇다.
제목 : 벚꽃에게
- 짖은이 : 지두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만개한 벚꽃이야.
내 꼬츤한갠데 니 꽃은 만개네
제목 : 꽃
- 짖은이 : 지두부
봄. 봄이 왔다.
내 꼬춘 예전에 떨어졌는데
니 꽃은 이제야 활빡피었네
요즘은 벚꽃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몇 년 전 사진을 찍는 친구의 제안으로 찍었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계속해서 하고 있다. 처음 벚꽃개를 찍었을 땐 심지어 네이버메인까지 올라갔었다. 처음으로 찍어 본 벚꽃개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계속해서 입틀막을 하고 예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었다. 솔직히 우리 두부만큼 벚꽃개를 찍었을 때 예쁘게 나오는 강아지들은 못 본 것 같다. 그래서 매년 봄이 기다려지고 벚꽃이 피길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매년 봄이 되면 새로운 벚꽃스팟을 찾기도 하고 또 주변에서 예쁜 스팟을 찾았다면서 데려가주기도 하면서 벚꽃개 촬영을 도와주고 있어서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그래서 그 어느 계절보다도 외출을 많이 하고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계절인 것 같기도 하다. 이 따스한 봄날들의 기억이 두부에게도 항상 좋았고 행복했던 기억이었으면 좋겠다.
두부가 맞이한 수많은 봄날들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개인적인 바람은 두부의 기억에서 10월의 어느 날이 수많은 봄들 중에 가장 따스했던 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