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뭔가 하고 싶을 땐 이벤트를 기획해요
대연동 생각다방 산책극장이 있던 주택은 1970년대에 만들어져서 거의 40년 가까이 집의 역할을 해온 터라,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다. 아마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수많은 세입자들 각자의 생활방식에 집이 맞춰지느라 이곳저곳이 틀어졌을 것이다. 2012년의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수도공사가 필요했다. 우리가 있던 곳은 2층이었고, 1층에는 또 다른 세입자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내부 수도관이 어딘가 터졌는지, 2층에서 물을 사용하면 1층은 천장에서 물이 하염없이 떨어져서 바닥이 흥건할 정도로 바닥에 물이 차올랐다. 불편하지만 싼 값에 임대를 해서 지내고 있는 세입자들은 서로 미안해하며 생활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설거지는 모아서 한꺼번에 물은 똑똑 떨어지는 정도로만 틀어서 했고, 화장실 변기의 물은 큰 통에 받아뒀다가 오줌은 모아서 한꺼번에 한 번에 물을 쏟아 비웠다. 그럼 똥은? 다행히도 뛰어가면 3분 거리에 남구청이 있어서 낮에는 그곳을 주로 이용했고, 지하철역은 5분이면 되니까. 다방 가까이에 내가 살았던 원룸이 있었는데, 화장실이자 목욕탕이자 게스트하우스의 역할을 해줬기에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불편하다면 결국 아마도 안 오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되서 수도관을 외부로 따로 연결하는 공사를 감행하기로 했는데! (우리들의 맥가이버 동재센세가 없었다면 생각도 안했을 것 같지만) 비용이 적게나마 들게 생겼다. 돈이 필요하면 움직인다는 신념에 따라, 다시 한 번 이벤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제 주변에 그림을 그리는 친구, 소울카드를 봐주는 친구, 음악을 하는 친구,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친구, 요리를 하는 친구, 책자를 만드는 친구, 작은 맥주가게를 하는 친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데, 놀러와 줄 친구들이 많이 생겼으니! 모이기만 하면 되겠다. 그렇게 수도공사비마련을 위한 후원파티를 위해 전날까지도 생각다방에서는 이불하나 나눠 덮고 밤새도록 팔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포장을 하며 깔깔깔 웃었다. 언제나 그렇듯
파티가 시작되기 전까지 온 신경을 집중해서 준비하다보니 까칠하고 무례하게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은 아닐까 갑자기 미안해진다.
다시 블로그 글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난 참 자주 오랫동안 많이도 ‘이건 분명히 재밌는 일이니까 당신도 함께 하자고, 그리고 도와달라고’ 외쳤었구나. (고백은 그다지 좋은 방식은 아니란 생각을 하지만) 내가 그 많은 친구들, 사람들이 왔다 가는 동안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나에게만 집중했고, 내 욕망에 충실 하려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자 했던 자기애(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와 자존감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 물론 주변을 살피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를 우선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장소가 사라지고 ‘우리들’만 남았을 때 겨우 나는 주변 친구들의 감정과 상황과 일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이 가장 편안할 때 내 곁에 사람도 편안함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건 여전하지만, 우리 삶이 그저 편안하지만은 않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즐거우면 즐겁고, 기쁘면 기쁘고, 행복하면 행복할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