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뭔가 하고 싶을 땐 이벤트를 기획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여러 날을 논다는 것이 말처럼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 평소에는 작은 의지로 꼼지락거리다가 결정적인 때가 찾아온다. 바로, 돈이 필요해 질 때! 우리는 머리를 부지런히 굴려서 갖가지 재밌는 아이템을 쏟아내고, 만들어냈다.
다방에서 만난 친구들이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는데, 장장 2개월이나 장소를 비우려다 보니 월세도 필요하고, 기본적인 전기세 수도세, 그리고 얼마전부터 함께 지내게 된 고양이 폴이 봄이를 돌봐줄 집사도 필요했다. 그들의 밥과 모래를 살 돈도 필요했는데, 이벤트를 만들어서 집사도 찾고 비용도 마련하고 긴 여행 전에 친구들과 신나게 한번 놀아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돈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그동안 사귄 친구들이 하나씩 뭔가 해봤으면 했고, 놀이 한번 해보지 않겠어? 나도 한번 해봤는데 꽤 재밌더라고. 우리 같이 하자. 내가 도와줄게. 하며 하나 둘 시간표를 채우다보니 8일이 되었다. 스페셜 음료 샹그리아와 함께 여행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처럼 놀았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놀았다!
생각다방에서의 이벤트를 준비할 때마다 생각해요.
마치 연극을 한 편 무대에 올리는 기분이구나.
2013.11.20. (히요)
내가 생활을 선택한 이유는 굳이 무대라는 틀을 가지지 않고 삶에서 연극적, 영화적 경험하기를 원했던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벤트의 시나리오를 짜고, 장소를 새로운 이벤트에 맞춰 다시 꾸미고, 놀이를 준비하고, 주변에 부지런히 알린 후, 친구들을 맞이하는 역할을 하고, 재미있게 놀며 관객이 되고, 이벤트가 끝난 후 기록, 그리고 휴식의 시간.
수년 동안 반복했던 나의 무대 생활이 끝나고 난 뒤, 장소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의 공허함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마지막을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내
삶의 무대 위에 서는 것이 어려워 오래도록 방황했다. 괜히 미워하고 싫어할 대상을 찾았던 것 같다. 가까이에 있는 이들을 탓하며 숨었다. 몸을 둥글게 말아서 낮은 곳 어두운 곳을 찾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