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나서다, 가을

심심해서 뭔가 하고 싶을 땐 이벤트를 기획해요

by 히요

영화를 좋아했고, 20살이 되고부터는 웬만한 개봉영화, 독립영화는 다 보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화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고, 수영만 요트경기장 근처에 시네마떼끄가 있던 시절, 영화 워크샵을 통해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다 해보던 때니까…겁 없이 그래서 재미있게 몇 번 하다가 정말로 영화 일을 해보면 어떨까? 잠깐 꿈 꾼 적도 있다. 특히 영화미술팀에서 일하고 싶었는데, 후에 다방에서 만난 언니가 영화 미술 일을 했다기에 어찌나 깜짝 놀랐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무척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언니를 만나면 한동안 물어봤다.


어쨌든 그래서 미술학원에도 잠깐 다니면서 드로잉과 스케치를 배워보고자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는 수채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고, 나에게는 영화말고도 내안에 너무 많은 호기심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지. 그래서 생각다방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대학시절에도 변변한 동아리활동 한번 제대로 못해봐서 못내 아쉬웠기도 하고. 내가 최초에 상상한 생각다방 산책극장은 아지트이자 동아리방 같은 곳. 뭐든 다 해도 되고 뭐든 안해도 되는 곳이었다.


부산하면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좋아하는 우리가 우리 맘대로 전야잔치를 열었다! 장소를 만든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뭐든 나서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이름도 ‘나서다’ 역시 우리는 네이밍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전단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으로 그리고 타자기로 쳐서 그대로 오려 붙였다. 당시는 지금만큼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이 익숙지도 않았고, 좀 더 아날로그적인 느낌이 좋았기에 그런대로 만족했다.


예전에 기숙사 생활을 할 때, 1년에 한 번씩 오픈하우스를 했었는데, 평소에는 사적인 공간으로 이용되는 방을 하루만큼은 친구도 초대하고 낯선 이들을 초대해서 만나는 시간이 인상깊었다. 그래서, 해

본다 open cafe!평소엔 대문을 꼭꼭 닫아두고 주변 친구들 위주로 공유하는 장소였지만 3일만큼은 대문을 활짝 열어서 누구든 올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그렇다면!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문만 열어놓을 수는 없잖아.


그래서 화장실에서 전시도 하고 바느질 모임, 유쾌하고 불온하고 활기차게 <아마추어의 반란> 다큐멘터리보기, 명색이 백수들의 실험실이니까 <한낮의 백수반상회>, 지금은 어엿한 동네가수가 된 이내언니의 <나도(과연)할머니 포크가수가 될 수 있다> 공연, 부산의 핫한 가게 젊은 사장님들과의 만남시간(낙타깡과 마크커피 사장님을 모셨다). 타이틀을 붙이고 포스터를 만드니 그럴듯했다. 냉장고에 마실 음료와 맥주를 가득 채워 놓고 이번 행사의 스페셜 음료로 모히또를 준비했다. 아마도 우리가 마신 것 포함해서 하루 20잔 이상은 만들어 팔았다. 거짓말처럼 북적북적 수선스럽게 3일이 지나갔다.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거야? 우리 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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