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재(능)개발

심심해서 뭔가 하고 싶을 땐 이벤트를 기획해요

by 히요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담쟁이 잎들이 생각다방 외벽 전체를 감싸주던 5월, 며칠 사이에 한 집씩 태양 2길 골목을 떠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재개발 진행이 코앞까지 왔구나 싶어서 조합사무실, 구청, 부동산, 집주인에게 물어물어 조만간 이주가 시작될 것 같다는 애매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고, 직감적으로 이젠 정든 곳과 이별을 해야할 때라고 판단했다. 물론 재개발 반대를 외치며 데모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어차피 계약할 때, 재개발 시 이주하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왔으니 그 말에도 책임을 져야하고(전쟁에 반대하기보다 평화를 주장

하는 태도를 지향한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을 더 아낌없이 보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대연동 못골 시절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우리가 자발적으로 정하자! 하여 2013년 6월 17일부터 7월 17일까지 매일매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재(능)개발 : 재개발을 재능개발의 계기로 만드는 거지! 의외로 우리는 작은 의식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시작은 묘목을 화분에 심으며 기도하기. 이 나무가 쑥쑥 자라서 자리 잡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결국 블루베리 묘목은 그리 오래 살지 못했지만) 이별 의식과 함께 시작된 31일.


해보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놀이가 되었고, 이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걸음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많은 친구들이 다녀갔다. 추억의 놀이를 제안했던 므이 덕에 그날 모인 친구들끼리 30장의 쪽지에다 ‘우리가 가진 보물’을 적어 다방 곳곳에 숨겼다. 누가보면 이게 보물이야? 할 만한 것이 수두룩하지만 그게 어찌나 갖고 싶던지! 그리고 기념북이란 걸 만들어서 참여하면 놀이 주최자의 사인이나 도장을 받을 수 있었는데, 다 모은 친구들에게 아마도 언제 만들어질지 모를 생각다방 산책극장 책을 선물하겠다고 했던 것 같다(이제 정말 그 빚을 갚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사실 중요한 건 그 책을 받기 위해 기를 쓰고 모든 놀이에 참여 하는 게 목적이라기 보단 귀한 날들을 하루라도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어떤 놀이들이 있었는지 간단히 소개해보겠다. 다양한 차를 마셔보는 TEA PARTY를 안다씨가 열어주었고, 많이 마시면 속쓰리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마셨다. 소라와 함께 초콜렛 만들기, 밀양으로 농활 다녀오기, 밀양역 앞 촛불집회 참여하기, 싱싱과 함께 매실청 담기, 마틴의 장소 음감회, 찬의 시타르 연주와 봄눈별과 함께한 수면 명상으로 몽롱하고 편안한 시간, 강정에서 만난 무밍과 산호의 요가 헤나 현수막 만들기, 오월열한시 밴드 1집 발매 기념공연, 건형씨가 항상 열어온 고양이 도서관, 길날의 피클만들기&포트럭파티, 소혜언니가 주최한 낮술& 밤영화, 영민씨의 사물을 만지다 토크쇼: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대성&진희씨의 생활예술모임 <곳간> 오프닝, 주영씨와 함께 편지를 씁시다, 창아씨의 수다모임, 연화씨가 제2회 덜 자란 어른들의 재롱잔치를 진행하며 클래식 기타 연주를 해주었고, 낙타깡 민과 함께 맛있게 문어를 삶아 먹기, 자영씨의 색입히기 놀이, 은주씨의 퍼즐맞추기 놀이, 혜정언니의 5음으로 놀아요 작곡 놀이, 멜리언니의 멜랑꼴리 슬픔과 눈물의 밤은 참 따뜻했다, 다방에 들리는 친구들 30명의 얼굴을 그려서 전시했던 30프로젝트 결산파티! 아마 40명이 넘었던 것 같은데, 동재센세의 사통발달 북치고 장고치며 밤에 조용한 골목을 둥둥 쩌렁쩌렁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로 신나게 두드린 기억, 은수언니가 차려준 손수한상 저녁식사, 희진쌤의 스마트폰으로 영화찍기, 클로징 국수잔치까지! 마지막 날은 밤새도록 찾아오는 친구들을 기다리며 한 그릇 한 그릇 국수를 말아주고 인사하며 정말로 떠나야하는 장소와 마음껏 이별했다.


다방 거실 벽면의 한쪽을 비워서 <눈물과 웃음과 통곡과 침묵과 애도와 희망과 사랑과 연대의 벽>을 만들어 방문해주는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한달 동안 집안 곳곳에 사랑스런 우리들의 장소, 생각다방 산책극장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고, 천장에 조각조각 붙여진 천을 그대로 둔 채 재(능)개발이 끝나고 일주일 뒤, 정신없이 짐을 챙겨 그곳을 나왔다.




§ 보. 물. 찾. 기. 선 물 리 스 트

* 기념북 3회 도장

* 기념북 10회 도장

* 엉덩이로 이름쓰고 + 생각다방 라이터

* 다리 찢고 + 생각다방 라이터

* 딱밤 맞고 + 생각다방 라이터

* 구슬

* 공기(공기놀이에 사용하는 도구)

* 생각다방 라이터

* 폴이봄이랑 기념사진찍기

* 럭키슈퍼에서 한가지 선물 고르기

* 사랑의 세레나데

* cafe 산복도로 프로잭트 음료1잔 + 샌드위치

* 당신만을 위한 히요 커피 한잔

* 다방에서 직접 담은 된장 500그램

* 은수가 그린 부채

* 재동이 그려주는 초상화

* 강정평화 실리콘컵

* 봄눈별 CD

* 생각다방에서 즉석기념사진 1장

* Tea set

* 폴의 여관 숙박권

* 낙타깡 일만원 사용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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