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독립매체, 생활글을 모으다
2012년 3월 30일 제1호《생각산책》「발맘발맘」을 시작으로 흘러가고 사라지는 우리의 현재를 각자가 쓸 수 있는 만큼, 표현할 수 있는 만큼만으로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주제는 없이 사람이 꼭지라는 틀만 가지고 마감일을 정해서 원고를 받았고, 모아진 글들을 워드를 이용해서 편집했다. 표지에는 매 호당 어울리는 순우리말을 찾아 타이틀로 소개했다. ISBN을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바코드 이미지를 가짜로 만들어서 집어넣어 잡지인 척 했고, 표지 사진은 언제나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골라 배경으로 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행하여 2014년 11월 12일 제9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작업하지 못했다. 정말은 10호의 원고를 받았지만 만들지 못했다.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려서 책을 한 권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했던 게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인증이나 허가 없는 일들을 참 많이도 벌였다. 잡지도 만들고 음반도 만들고 전시도 만들고 포스터를 만들고 부지런히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의 자격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경험은 가끔 좌절을 불러 일으킨다. 생활예술의 분야가 가진 숙제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격’없는 자들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일, 생활예술이 당연하게 예술의 일부가 되는 것은 가능할까? 기준이 없음을 어려워하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도 바득바득 ISBN을 받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 하여튼 생각산책에는 팔딱팔딱 살아있는 젊은 날의 말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궁금한 분은 생각다방 블로그에서 PDF를 다운받아 볼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기록을 했으면 합니다.
2013.7.6. (박조건형)
® 2012년 3월 30일 제1호 《생각산책》 발행
발맘발맘: 자국을 살펴 가며 천천히 쫓아가는
® 2012년 4월 13일 제2호 《생각산책》 발행
도닐다: 가장자리를 빙빙 돌며 거닐다
® 2012년 5월 4일 제3호 《생각산책》 발행
어름어름: 말이나 행동을 똑똑하고 분명하게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 2012년 9월 21일 제4호 《생각산책》 발행
오련한: 기억 따위가 또렷하지 아니하고 희미한
® 2012년 12월 23일 제5호 《생각산책》 발행
모짝모짝: 한쪽에서부터 차례로 모조리
® 2012년 12월 30일 제6호 《생각산책》 발행
구순하다: 서로 사귀거나 지내는 데 사이가 좋아 화목하다
® 2013년 5월 19일 제7호 《생각산책》 발행
더덜없이: 더하거나 덜함이 없이
® 2014년 8월 2일 제8호 《생각산책》 발행
자깔자깔: 여럿이 모여서 조금 낮은 목소리로 저희들끼리 떠들며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북한어]
® 2014년 11월 12일 제9호 《생각산책》 발행
20대·우렁잇속에 부는 소소리바람
우렁잇속: 내용이 복잡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일 / 품은 생각을 모두 털어놓지 아
니하는 의뭉스러운 속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소소리바람: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계속해서 만들지 못한 생각산책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 멜리언니와 함께 세쪽책을 창간했다. A4를 반 접은 사이즈. 한쪽은 표지, 나머지 세 쪽을 글로 채운다. 표지엔 그 책의 표제어/주제/단어만 싣는 형식으로 우리들만의 단어를 채집하고 그 단어로부터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했다. 창간호를 <혁명>으로 시작했고, 지금은 멜리언니가 가끔씩 계속 적어주고 있다. 언젠가는 100호까지 나오지 않을까? 세쪽책에 대해 적다보니 나도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