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을 지키며 성공을 이루는 방법
현 시대는 유명함이 경제적 부와 맞물려 돌아가는 세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기 PR, 포장, 연출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스스로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하고, 알려지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는 자본주의의 마케팅적 요소와 관계가 깊다. 마케팅의 기본 원리는 다수에게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사게 만드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 유투브의 구독자 수, 그외 등등도 모두 이 논리를 따른다. 많이 노출되면, 많이 유입된다. 유입은 소비를 하게 하고, 구매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 돈을 대가로 지불해야만 가능하다. 희한하게도, 이 시대의 사람들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팔고, 사람을 구경하고, 사람을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 보인다.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는 것'은 인기, 인지도, 유명세, 입소문, 여러가지 단어로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가 아는 것은 동시에 친숙하게 한다, 친숙한 것은 잘 기억되고, 자주 상기된다. 자주 떠오른 그것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주거나, 우리의 신념의 일부로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실제적인 작용이 우리 내면에서 돈보다 더 큰 것을 지불하고 있는 새로운 가치 교환 과정일지 모른다.
서울역에서 개그맨 이수근씨를 만난 적이 있다. 기차역에서 공항철도로 넘어가는 통로에 있는 작은 까페 앞을 지나던 나는 통화하며 걷던 중이었다. 눈 앞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얼굴이 들어왔고,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음이 인지된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 말았다. 아차 싶은 순간, 더 놀랐던 건 이수근씨가 마치 오랫동안 잘 알아온 사람처럼 내 인사를 받아 되돌려주었다는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나인데, 왜 이수근씨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며 적잖은 충격에 빠졌었다. 그리고 그 후로 티비에서 이수근씨를 보게 되었을 때, 나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마치 진짜 이수근씨를 아는 것 같은 이상한 친밀감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 연예인은 그럴 수 있다 치자. 왜 우리 모두는 이런 유명세를 갈망해야만 하는, 어떤 면에서는 유명해지지 못함이 자랑스럽지 못한 인생으로 전락하는 사회에 살게 되었나. 왜 자기를 잘 보여주지 못하면 성공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나. 나는 개인적으로 유투브 유행 초기에 이 서비스가 개인 사생활 문제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속으로만) 예언을 했었다. 내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 서비스는 매출이며, 실제 사용자 수며, 조회수 등등으로 전 세계에서 탑인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걸 양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을까? 아니 그래도 되는 걸까? 높은 수치는 정말 성공일까? 컨텐츠 제공자는 어떤 이익을 얻고 있으며, 그리고 소비자는 무엇을 대가로 지불하며 서비스를 이용 중일까?
나는 지인 중에 연예인은 없지만, 연예인들의 피로감이 '자신을 계속해서 보여줘야 함'에서 온다고 거의 확신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로 치면 '사생활 침해', '페르소나 괴리', '컨텐츠 부족' ..뭐 어떤 표현이든 이런 것들과 맞물리는 개념이다. 사람은 꽤 창의적이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무한히 풍성한 내면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을 지속적으로 셀링할 수 있는 성품을 가진 사람은 특출난 몇 %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셀링할 때 보상적 피드백은 평가, 그 중에서도 긍정적인 평가이다. 자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하고, 전제되어 있는 평가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칼 든 도마 위에 올려놓는 셈이다.
사람의 본성은 실체가 없을 때는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하고, 실체를 보면 평가(많은 경우 절하)한다. 개개인이 가진 기준과 판단은 너무도 다르고, 안타깝게도 모두가 건설적 판단을 하거나 온전한 진실만을 말하지도 않는다. 인기를 대변하는 수치는 얼마든지 단순화되어 평가될 수 있고, 또 변동성이 크다. 관심과 인기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러한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왜 사람들은 스스로를 노출해야 하는가? 왜 유명해지고 싶어 하는가? 간단하다.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고, 돈을 많이 버는 데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자기 편'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적고 보니 결국 돈이 문제다.
거창하게 자신을 지키며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부제를 적었건만, 나도 아직 성공해가는 중(!)인 사람으로서 허풍을 떨거나 짐짓 아는 체 하고 싶지는 않다. 한 가지, 정말 자신을 소중히 한다면 외부에서 요구되는 대로 자신을 쉽게 보여주지 말고 아껴두라고 말하고 싶다. 겉으로 겹겹히 두꺼워지는 사람이 아니라, 속으로 꽉꽉 차올라 알맹이가 굵어지고 무한히 깊어지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정말 성공할 수 있다. 성공하면 유명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나는 유명하지 않아도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찌질한 한 사람이다. 이것은 근거가 확실한 논리적 주장이 아니라, 신념이고, 희망이고, 믿음이다.
사람들은 결국 자기 자신이 믿는 믿음에 이끌리어 살아간다.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믿느냐는 그 사람의 삶 전체와 성공의 여부도, 성공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는 부디 나 같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아지기를 바란다. 수치로 인간 존재의 가치를 말살해버리는 이 시대의 위협에 맞서는 사람들이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수두룩하게 함께 걸어가주기를 바보처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