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9
온 양재천에 가득한
눈에 보이지 않는 아카시아꽃의 향기에 취해
늦봄마냥 싱숭생숭거렸다.
길 위를 걸으니
길을 잃어버린 것도 같고
비로소 제 길을 찾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꽃은 길 위를 지나는 익명의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을 함께 가진 길 위의 사람들은
인연인 것도 같고, 무심한 사이기도 하다.
코 끝을 사로잡은 꽃내음도
하천에 가라앉은 비릿함을 완전히 덮지는 못했다.
미추의 공존.
추를 피하고자 미마저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눈이 부시게 찔러대는 대낮의 햇빛보다
부드럽고 서늘하게 스며드는 일몰의 공기가 좋다.
이 시간만 느낄 수 있는 어떤 것과 모든 것.
곧 인공의 빛으로 뒤덮여질 도시의 저녁
그를 붙잡지 못해 그저 걸을 뿐.
걷다보면 집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은 없다. 어디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