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쉰다는 것
매일 쳇바퀴 같은 일상 속,
내가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가득히 하다가 갑자기 맞이하게 된 휴가라는 덩어리 시간.
이것도, 저것도 놓칠 수 없다는 마음 급한 생각에 며칠간 분주하게 주어진 틈을 빼곡히 메우는 습관적 행동만 되풀이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등을 붙이고 쇼파에 그냥 누워 창 밖 하늘을 본다. 파란, 그리고 하얗게 어른대는 무언가를
그저 멍하니 바라봐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널어놓은 빨래에서 흘러나오는 섬유유연제 향이 내 가까이에 스며든다. 숨을 편히 들이쉬고 내쉬고, 해도 될 것 같다. 이것조차 평소에는 금지되었던 것 처럼 낯이 설다. 하긴 그렇지. 모든 것은 자유롭지만, 그다지 자유롭지 만은 않으니.
무료함이 무능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때때로 타인의 손목을 잡은 채로 스스로의 목을 조르기도 하니까. 숨막힌 지도 모른 채 조금씩 생명력을 잃어가니까. 때로는 어떤 위로도 건넬 수 없는 것이 관계라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나는 마음껏 더욱 무료하고 싶다. 심하게 퍼질러지고 싶다. 아무 것도 강요되지 않을 때 내 안에 울려퍼지는 잔잔한 열망을 감지하고 싶다. 내 호흡으로 숨 쉬고 싶다. 이런 것은 어째 여름 휴가라는 방법으로는 완성될것 같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