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째 키워드: 9월

두 번째 기회, 두 번째 호흡

by 언디 UnD

인생의 타임라인, 시간에 대한 인식은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초중고, 대학생 때까지는 3월에 1학기, 9월에 2학기를 시작하기에, 일상생활의 밀도도 3월, 9월을 중심으로 달라진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학기’라는 단위가 놀랍도록 금세 잊혀진다. 직장인이 되면 연초, 연말 혹은 휴가 시즌, 명절 등 임팩트 있는 휴일 위주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한다. 그러다 보면 어떤 월(月)은 아무런 감각도 없이 시작되었다가 지나가 버려 있기도 했다.

6년의 회사생활을 하다가 2024년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한 나는 2년 4학기 과정 중 벌써 마지막 학기에 들어섰다.즉, 지금 나에게 9월은 대범하게 시작했던 딴짓거리를 마무리하는 시작점이자, 졸업시험이라는 성대한 마침표를 찍기 3개월 전 시점이다.

학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회사 생활을 수 년간 하면서 시간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월급의 노예가 되어 시간을 담보 잡히며 살아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살아가는 1년 365일이 모두 온전한 내 것이 아니었다. 무기력과 허무감에 빠져 내 삶과 스스로가 너무도 싫어졌을 때쯤이었다. 누군가에겐 화려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대기업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미 심리학 석사 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처음이 언제나 긴장되고 어렵지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더 여유롭고 기분 좋은 설렘이었다.

9월, 그리고 지금이 나에게 두 번째 기회이자, 새로운 호흡을 들이쉴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다. 이 생각이 매일매일의 나를 살게 하고 있다. 물론 나이 들어 시작한 공부는 어렵고, 졸업시험의 목표도 높아서 과부하가 걸릴 때가 많다. 천천히, 나답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 보면 또 다른 색깔의 9월이 찾아와 있겠지. 무더움에 온 몸이 지끈지끈하고 지쳤던 긴 여름을 지나, 다시 청량한 공기를 들이쉴 수 있는 가을의 시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