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키워드: 바람

점점 크기를 줄이지마

by 언디 UnD

나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아이였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그저 좋아서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부터는, 체력이 따라 주는 한 최대한 많은 것을 하려고 노력했다. 어렸을 때는 답답하게만 느껴진 고향을 벗어나 서울로 가서 대학교를 다니고 생활 해 보는 게 꿈이자 바람이었고 그 꿈을 이루고 나서는 또 다른 작은 나만의 소원들이 가슴 속에 생겨 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바람들이 나를 멈춰서 있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게 했고, 계속 살아가게 하는 주된 원동력이었다. 어떤 것들은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루는 바람들이 있었고, 어떤 것들은 노력을 해도 내 마음대로 얻어 낼 수 없는 바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바람을 이루면서, 또 이루지 못 하면서 나는 점점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어 갔다. 그리고 이제는 아주 간단한 당연한 바람들도 쉽게 얻어지거나 당연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살 한살 나이가 들면서는 나 자신의 바람 뿐 아니라 타인의 바람을 들여다보고 그 바람이 그 사람을 어디로 데려 가는 지도 관찰 하게 됐다. 그렇게 남들과 비교 하면서 내 바람은 ‘바람직’한 것인가를 의식하게 되기도 했다. 이 나이에 이런 상황에 이 조건에 어떤 바람을 가진다는 건 너무 허황된 것이 아닐까? 나는 너무 꿈만 꾸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라고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들려는 찰나, 타인과 세상은 기다렸단 듯이 그의 의구심을 더욱 확증시켜 준다. 그 바람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너는 너무 바라는 게 많다고. 입을 틀어 막아 버린다. 바람의 크기를 줄이라고, 그리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을 하라고.


나는 그런 외부로부터 강하게 들어오는 무언의 압박에 늘 진지하게 투쟁 해왔다. 롱보드 스케이트를 배우고 탄 것도, 여름 휴가 대신 입영을 배운 것도, 혼자 훌쩍 이탈리아 자동차 여행을 떠난 것도,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두 번째 석사 학위를 하는 것도. 내게 주어진 유일한 자유는 마음껏 바라고 내 삶의 행동을 결정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걸 언젠가부터 처절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 어릴 때는 어려서 하지 말라는 게 너무 많다. 나이가 들어서는 나이가 들어서 하지 말라는 일이 너무 많다. 정말로 바라고 원하는 일은 언제쯤이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내게 주어진 상황과 상관 없이 내 물리적 한계와 상관 없이 ‘내가 원하는 바람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 가는 용기. 딱 그것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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