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2021

영혼 없는 삶, 충만한 삶에 대한 정의

by 언디 UnD

어른은 어른이지만, 알고 보면 어른이 아닐지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장르적인 특성상,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이 있더라도 '결국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까. 언뜻 액션 영화에서처럼 뜨겁게 끓어오르는 아드레날린도, 스릴러 공포영화에서처럼 충격적인 반전도 없을 것 같지만... 나는 그 애니메이션만이 주는 좋은 기대감이 완벽히, 또는 조금 비틀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충족되는 것이 꽤 만족스럽다.


꽤나 오래전부터 디즈니&픽사가 전달하는 내러티브와 메시지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어린이들이 그 애니메이션들을 보면서 어떤 내용이 들리고 보일지, 과연 무엇이 그들의 마음에 남을지 그들의 입장에서 확인할 길이 없지만, 어느 정도의 삶에 대한 경험치가 있는 어른만의 감각을 건드리는 비중이 높은 건 사실이다. 어린이들이 혹할 만한 표면 이면에 겉껍데기는 늙어버린 가짜 어른에게 더 크게 외치고 있는 이중적인 목소리라고 해야 할까.


좋은데? 포인트

1. 재즈 재즈 재즈

첫 장면부터 음악이 환상적이다. 밴드부 지도 교사인 조의 피아노 연주 장면.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는 자는 늘 멋있다.) 이어지는 사운드트랙들도 긴장과 몰입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연주들이 가득하다. 디즈니 영화의 음악 연출 및 연주 수준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되어 있기에, 흥행에 상대적으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영화조차도 믿고 들어도 될 정도이지만 <소울>의 재즈 뮤직 팀은 상당한, 아니 최고의 실력자들임에 틀림이 없다.


좋은데? 포인트

2. 애니메이션 비주얼 퀄리티

굳이 이 부분을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비주얼 퀄리티가 고도화된 영역이지만, 굳이 강조하고 싶다. 한마디로, 실제보다 더 사실적인 비주얼. 몇몇 장면들에서 소름이 쫙 돋고 시선을 화면의 포커스가 아닌 다른 데로 옮길 수 없다. 한 땀 한 땀 저 장면을 만졌을 디즈니의 예술가(동의어로 노가다꾼)들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진하게 감상했다. 브라보오!


좋은데? 포인트

3. 역행적 질감의 효과에 대한 고민

이 영화에는 우주에 속한 영혼들을 관리하는 운행자로서 제리, 테리들이 나오는데, 이 캐릭터들을 표현하는 선적인 움직임이 매우 흥미롭다. 한두해 전부터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화두가 되는 부분이라고 짐작했던 것이 '예전의 질감'을 이용한 미술적 표현이었다. 언제부턴가 3D로 그려지는 것을 불문율로 두고 있던 애니메이션 영화이지만, 특정한 이유로 인해 갑자기 2D화 된다던가, 내러티브 내에서 문제 상황이 발생해서 이리저리 형태가 뒤집히고 변환된다든가 하는 식으로 변이를 주려는 시도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가장 초월적인 존재로 역할을 하는 제리들과 테리들을 입체감이 거의 없는 선의 조합으로만 표현되어 이질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연스럽고 음영감이 강한 다른 캐릭터보다 덜 복잡하고, 동시에 변형이 쉬운 존재로서 형상화된 점이 인상 깊다.


신선한데? 포인트

플롯과 연출 방식

기존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몇몇 장면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인지 영화가 끝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봐도 이유가 명확히 떠오르지 않았었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전체적으로 조망해보니, 일단 사건 전개의 속도감이 여타 작품에 비해 훨씬, 훨씬 더 빨라졌다. 초반 캐릭터의 배경 설명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마치 게임 플레이를 하듯, 주인공의 선택이 포함된 몇 번의 시퀀스로 이야기는 가장 극적인 단계까지 급주행한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번갈아 오가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중심 내용이 선과 악의 대립구도라기보다는, 내 안의 나를 재발견하는 치열함이 선명하다. 삶과 죽음에 대해 너무 무겁지 않게, 그러나 꽤나 진중하고 씩씩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아직 삶을 살아보지도 않은 존재의 극단적인 자기희생과 인생의 목적으로 두던 성취의 덧없음에 대해서도 슬쩍 흘리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지점들이 있다. 분명 이건 지어낸 이야긴데, 현실을 살아가는 내 이야기 같아! 라며 감탄하게 되는 장면도 있다.


이건 좀 글쎄, 포인트

경험할 수 없고, 눈으로 본 적 없는 영혼에 대해서 다루는 것이다 보니,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긴 하고, 구체적인 상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상당히 고난도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명상'과 '집중', 의지를 발휘함으로써 영혼과 육체의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기본 개념이 전제된다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야기를 위한 설정인 건 알지만, 이것이 최선의 가정이었을까 싶은 정도이고 누군가에겐 거슬리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뽑은 명장면

노란 낙엽이 가을바람에 데굴데굴 굴러가고,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고 환하게 떨어진다. 저 멀리 카페에 앉은 두 사람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고, 시원한 바람이 두 뺨에 와서 닿는다. 손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 은행나무 씨앗을 주인공이 감싸 쥔다.


>늘상 봐오던 광경이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생경하고 아름답게 느껴질 때의 느낌을 너무 잘 재현해서 놀랐던 장면.


한 줄 핵심 메시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불꽃은 타오른다.

지금, 후회 없이 이 생을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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