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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 리 Wine Lee Apr 20. 2021

완벽한 반주Intro

#00 반주(飯酒)로서의 와인에 대하여

2020년, 뉴 노멀 시대에 최고의 인기를 누린 술은 바로 와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와인 수입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하니 저의 뇌피셜이 아니라 오피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이건 뇌피셜입니다만) 집콕에 혼술, 홈술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식사와 같이 하기에도, 간단히 술만 마시기에도 좋은 것이 바로 와인이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소비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물론 코로나 전에도 이미 젊은 세대에게는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고요.


어느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완벽한 반주가 되어주었던 와인들



저 또한 2020년부터 급격하게 와인 소비를 늘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와인에 일찍 눈을 뜨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집에서 부모님과 와인을 자주 먹었고 대충 따지자면 와인 구력이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충 따졌을 때의 이야기. 와인을 마셨을 때 맛있다, 맛없다 정도의 평가만 할 줄 아는, 그냥 와인 조금 마셔본 사람으로 10년을 살아왔습니다. 그 사이에는 와인의 고장 프랑스에서의 교환학생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까운 세월이 아닐 수 없네요. 그러던 중 2020년에 엄마 아들의 영향으로 WSET이라는 와인 정규 교육과정을 듣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와인을 마실 때 (대부분) 탐구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저와는 다르게 이게 어떤 품종이고 향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 여러 가지 말을 하면서 와인을 마시고는 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하려 하기 전에는 그냥 맛있으면 맛있게, 별생각 없이 홀짝홀짝 마셨는데 말이야. 이제 무슨 향이 나고 이 와인의 특징은 뭔지 파악하느라 머리가 아픈데 과연 이게 더 행복한 길일까?'


물론 여전히 장단점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나에게 맛있는 와인을 스스로 찾아내기 위해서는 공부가 꼭 필요한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계속해서 열공하고 있고요.


하지만 맛있자고 마시는 와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야말로 주객전도가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함께 먹고 그 페어링, 마리아주*가 좋을 때에는 사실 와인의 어떤 특징보다는 둘의 조화 그 자체에 행복해하며 단순하게 먹으려고 합니다.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바로 그것이죠.


제가 가진 와인에 대한 지식은 많은 전문가들에 비하면 개미의 발가락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저는 너무 세세한 지식보다 그냥 저의 경험을 나눠보려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와인에 대한 경험을요. 맛있는 음식만 먹어도 충분히 행복한데, 그걸 더 맛있게 만들어주다니. 여러 번 경험했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제 글을 통해 여러분도 간접적으로 그 행복을 경험하고, 이걸 참고해서 누구나 쉽게 같은 행복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완벽한 반주, 시작하겠습니다!


*마리아주: 프랑스어로 '결혼, 혼인'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와인과 음식의 궁합'을 뜻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좋은 마리아주로는 최근 굴블리로 불리는 '굴과 샤블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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