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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 리 Wine Lee Jun 27. 2021

뭐든지 다 잘해요. 진짠데.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고난 사람도 있고, 부단한 노력으로 그 능력을 얻은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든 A부서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B부서에 가도 일을 잘한다. 갑자기 업무가 바뀌었다고 해서 능력을 인정받던 사람이 한순간에 골칫덩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관리자'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부서를 거쳐가며 모든 업무를 경험해봐야 하기 때문에 결국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뭐든지 다 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회사에게 나를 어필할 때, '뭐든지 다 잘해요'라는 말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취업을 하거나, 이직을 할 때에 자기소개서에 '저는 뭐든지 다 잘합니다. 시켜만 주세요!'라고 하면 백이면 백 탈락일 거다. 어떤 부분에서 특장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스펙을 쌓아왔고, 어떤 자격증이 그 능력을 증명하는지가 중요한 시장이니까.


나도 최근 관심 있는 분야가 몇 개 생겼는데, 번번이 나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경력'이었다. 진짜로 주어지면 다 잘 해낼 수 있는데,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라 시도조차 못하는 것은 100세 시대에 좀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론 사측도 이해는 간다. 이 사람이 이제껏 쌓아 온 경력과 전문성이 곧 일을 잘하는 능력의 반증인 것이다. 뭐든지 잘한다는 것을 별달리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그래서 남의 돈을 받으면서 내가 이제껏 '경력이 없는'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보는 것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 마음대로 해보는 My Own Project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 자신을 브랜드로 만드는 것. 신기하게도 아주 작은 의욕의 불씨는 순식간에 활활 타올라, 퇴근 후에 누워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던 내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하게 만들었다. 이제부터 '내 것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되기 위한 원대한 꿈을 안고 여정을 떠나보려 한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미 많고, 요 며칠간 각종 브런치와 콘텐츠들을 보면서 나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처럼 틀에 박힌 생각만 가지고 살아왔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름 순조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 무탈하게 흘러가는 인생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는 성공의 지표일 수 있겠으나, 지금 나에게는 매너리즘과 불확실한 미래다. 


지금 머릿속에 마구 떠오르는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얼마만큼 성공적으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실체가 없는 아이디어에서 실체가 있는 어떤 것으로는 다 만들어 볼 작정이다. 나는 뭐든지 하면 잘하는 사람이니까. 그게 내 강점이라는 것을 '나'라는 브랜드로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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