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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랑 Nov 13. 2016

#2 달의 연인,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

아이유가 비선실세?! 빠수니가 드라마를 보는 방식

원래 드라마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어릴 때면 TV 앞에 앉아 가족들과 도란도란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했어요.


용의 눈물, 여인천하, 태조 왕건, 허준, 대장금, 이산, 마이걸, 야인시대, 미안하다 사랑한다,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발리에서 생긴 일, 개와 늑대의 시간,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 등 여태까지 봤던 드라마를 말하자면 손가락 발가락 합쳐도 부족할 거예요.


그런 제가 2013년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드라마 보기를 게을리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에 치여서 드라마 볼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거죠.

기껏해야 1년에 한 편 정도 봤을까 말까였어요.


그런데, 올해는 벌써 두 편의 드라마를 봤답니다.

그렇다고 태업했느냐?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좋아하는 배우, 좋아할만한 스토리를 가진 드라마가 두 편 이상 있었기 때문이죠.


그 중 가장 최근에 열심히 보던 드라마가 바로 지난 주 막을 올린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입니다.


출처 = SBS 공홈


간단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SBS 공홈 출처)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고려 태조 이후 황권 경쟁 한복판에 서게 되는 황자들과 개기일식 날, 고려 소녀 해수로 들어간 현대 여인 고하진이 써내려가는 사랑과 우정, 신의의 궁중 트렌디 로맨스다.


출연진은 이준기, 강하늘, 홍종현, 남주혁, 백현(EXO) 등 보기만 해도 눈호강하는 남정네들이 너무나도 많이 나옵니다...♡

네, 저는 얼빠(얼굴 보고 빠순이질 하는 사람)라서 일단 남자주인공이 잘생겨야 드라마에 몰입을 할 수 있답니다.

이준기가 연기하는 4황자 왕소(추후 4대 왕 광종). 크흑... 황자님 자태가 너무 아름다우십니다ㅠ_ㅠ 출처 = SBS 공홈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준기야 말로... 중3 때 친구와 충무로 대한극장 앞열에서 영화 '왕의 남자' 시사회에서 직접 영접하고 더 빠지게 된 배우이죠. 여자보다 예쁜 배우로 떴지만, 온갖 액션을 대역 없이 직접 해내는 남자다운 매력도 가득하죠. 군대 다녀오고 난 뒤에 더 남자다워지고 연기도 깊어졌답니다.


그런 준기님이 나온다는데, 제가 안 볼수가 있나요?

라고 시작한 드라마인데...


아무리 제가 역알못(수능 때 국사 4등급 받은 건 안자랑)이라고 하지만 고려 초기 왕건네 아들들은 왜이렇게 많고 꼬여있고 복잡한겁니까?!?!?!?!


대략 왕건네 가족 관계도만 봐도 머리가 아파옵니다.

출처 = SBS 공홈


아니 드라마에 나오는 황자만 8명인데 숫자는 14명까지 있고... 어머니가 다른 또는 같은 황자들끼리 황제의 자리를 두고 서로 싸우는데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현대에서는 금기시 되고 있는 근친혼도 일삼는 모습에 일단 머리가 아파옵니다.


네, 황쟈님은 그렇게 웃으시면 됩니다♡ 출처=SBS공홈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된 알지 못했던 고려 초기 왕실의 모습 중 하나가 근친혼인데요, 이에 대해 드라마 속 배우들을 대입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이준기가 연기하는 4황자 왕소는 나중에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복동생인 황보 씨(연화공주)랑 결혼을 하게 되죠. 신라왕실의 풍습과 비슷한 족내혼인거죠. 건국 초 호족들이 곳곳에서 세력을 키우는 것을 막고 족외혼으로 외척이 권력을 갖는 것도 막는 것이지요.


드라마에서 제일 짠했던 캐릭터 8황자 욱 ㅠㅠ 출처 = SBS 공홈

뿐만 아니라 강하늘이 연기하는 8황자 왕욱은 황위에 오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고려 6대 왕인 성종이 됩니다. 그런 욱황자도 자신의 어머니 다음 다음으로 태조의 황후가 된 정덕황후의 딸이자 이복동생인 선의황후 유씨랑 결혼을 하면서 족내혼 근친혼이 횡행했음을 보여줍니다.


곱디 고운 13황자 왕욱(백아). 여자인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넘나 고운 것 ㅠㅠ 출처 = SBS공홈

그리고 남주혁이 연기하는 13황자 왕욱(백아)는 어머니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사촌누이입니다.

그런 왕욱(백아)는 나중에 자신의 조카인 고려 5대 왕 경종(광종의 아들)의 제4비인 헌정왕후와 정이 통해서(?! 쉽게 말하면 불륜...?) 아이를 낳게 되는데 그게 바로 고려 8대 왕인 현종입니다. 0_0 근데 재밌는 건 헌정왕후광종의 며느리이면서 백아의 조카의 부인이자, 8황자 왕욱의 딸이기도 합니다.

(이건 뭥미?!?!?!?)


정략적인 목적으로 족내혼이 판치는 고려 초기 황실에서 이건 정말 사랑이...싹튼 것인가요?!?!?! (아무리 백아의 미모가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이건!!!!!!!!!)


잊고 지내던 역사에 다시 관심을 갖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라고 드라마보는 것을 스스로 합리화한다는...<-)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현재 시국과 비교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더군요.

그래서 드라마2016년 대한민국의 상황을 한 번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 옆에 '비선실세'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네, 전국의 아이유 팬들 죄송합니다... 그녀를 제가 비선실세로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전 가수 아이유 배우 이지은 전부 응원합니다<-  출처 = SBS공홈

달의연인에서는 4대 왕으로 즉위한 광종(이준기) 옆에 항상 해수(아이유)가 있습니다.

막후에서 광종을 좌지우지 하는, 그에게 가장 큰 영향력과 영감을 주는 사람인 해수. 해수의 공식 직함은 다미원의 최고상궁이지만, 실제로 그녀가 광종에게 미친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실제로 현대에서 온 해수의 부탁대로 황제의 자리를 위협하는 형제들을 죽이지 않고 대신 귀향을 보내고, 만민이 평등하다는 주장에 따라 노비안검법을 실시하는 등(물론 노비안검법의 시행 배경에 대해선 다양한 역사적 해석이 존재하지만 드라마 상에서만...) 막후에서 해수가 광종에게 여러가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니 비선실세라고 볼 수 있겠지요? (억지라고 하신다면...OTL)


하지만, 해수는 '낄끼빠빠'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낄 때 끼고 빠질 땐 빠질 줄 아는 사람인거죠.


황궁을 떠나게 해달라고 광종(이준기)에게 부탁하는 해수(아이유)  출처 = SBS공홈

자신이 황후가 되어도 광종에게 큰 힘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청혼을 거절합니다.

자신의 존재로 불거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 견디지 못해 오히려 광종의 곁을 떠납니다.

또, 그의 딸을 뱃속에 갖고도 한 번도 제대로 황궁에 들르지를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떤가요?


대한민국을 이끄는 지도자 옆에 계신 그 분(이라 쓰고 최순실이라 읽는다)

안 끼어야할 때 끼고, 빠져야할 때에 안 빠지는 분이지요.

정말 신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우려고 했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조언만 주고 끝나야했습니다.


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했습니다.


자신이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그 선에서 멈췄어야 했지요.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 주변에 떠들고 다니거나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더 숨겨야 했겠죠.  

광종의 딸을 낳고도 한 번도 황궁에 제대로 가지 않았던 해수와는 달리, 그분은 어땠나요? 마치 청와대를 자기 집 드나들듯이 다녔다는 관계자의 발언이 보도된 바 있습니다.



두번째는, 자신이 믿는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왕소 황자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위의 사진들과 눈빛이 다르죠? 얼굴에 흉터를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다니던 시절의 모습이에요. 출처 = SBS공홈

어릴 때 어머니 때문에 생긴 얼굴의 흉터, 그로 인해 지방에 양아들(이라 쓰고 인질이라 읽는다)로 보내진데다, 형제들에게는 무서운 사람 취급 받고, 거리 사람들에게는 늑대 개 취급을 받는 왕소황자(이준기). 사람에게 제대로 된 애정이라곤 좀처럼 받아보지 못한 그가 믿는 사람은 드라마에서 두 명인데요, 바로 해수와 13황자인 백아 입니다.


해수는 황자들 사이에서 이들이 화목하게 지내길 바라며 한명 한명을 돕는데요,

왕소황자의 콤플렉스이기도 한 흉터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이 흉터를 가려주기 위해 고려 판 BB크림(... )을 만들어서 발라줍니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우연과 인연이 겹쳐져 소는 해수에게 끌리게 됩니다.

백아와 소가 친해진 계기는 드라마에선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았지만, 신라와 후백제의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3황자 왕요가 백아의 집안(백아의 어머니가 신라 왕족)을 내리까는데, 그 때 소가 백아를 보호해주면서 친해집니다. 백아 또한 다른 형제들과는 다르게 소에게 친절하게 대했고요.


이렇게 두 사람과 친해진 소는 자신이 믿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용서하지 않아요.

자신이 믿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곁에 두기 위해 취한 행동으로 오히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말지요. 또, 주변에서 해수를 광종의 곁에서 떼어내려는 사람들의 말도 듣지 않고요.

그만큼 애정결핍인 사람이 한 번 누군가에게 정을 주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경우가 허다한거죠.


현실을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피격 당하고 트라우마를 겪던 시절 박근혜 대통령과 친해진 최태민, 최순실을 비롯한 최씨 일가. 어떤 관계이고 어떤 식으로 친해졌는지 등은 제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포털에서 검색만 해도 나오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일가, 특히 최순실 씨와의 관계가 각별해 보인다는 것이죠.


어린 시절 애정결핍이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등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특정인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의존한다고들 합니다. 그 결과가 지금 어떤식으로 드러나고 있나요?


두번째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 씨와 연을 끊었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그리고 박 대통령의 성장 배경에서 인생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에 한 명일 그분과 연을 끊겠다는 말을 100%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달의연인을 보고 있으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태조 왕건이 황제의 자리에 있을때도, 황자들이 황위다툼을 하는 과정에서도 등장합니다.

바로 "황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종이 된 왕소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형제들도 내치고,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해수와의 결혼도 포기하고 황권의 안정을 위해 전략적인 결혼을 선택합니다.

태조 왕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국 초기 혼란을 타파하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해야 했고, 심지어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또 지방 호족을 다스리기 위해 자식을 외지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나라를 운영하는 일은 사사로운 이익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많습니다. 자칫하면 더 큰 화를,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테니까요.


참... 여러가지 면에서 현실이 드라마보다 못한 막장 수준이라는게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드라마 결말을 보며 울던 저는 드라마보다 못한 현실을 생각할 땐 눈물이 나지 않더군요.

이런 막장 드라마가 현실로 다가오면 눈물이 아니라 웃음부터 나오는가 봅니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씁쓸한 웃음이었습니다.


2016년 11월 12일 광화문~시청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주최 측 추산 약 100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한다.  출처 = James Pearson Twitter

100만여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분노하고 거리에 나오는 상황입니다.


올 가을은, 참 잔인하기만 합니다.


Nov. 13th,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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